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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Chicago에서 Chicago symphony orchestra 관람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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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심포니 (Chicago symphony orchestra, CSO)는 소위 Big Five라고 불리는 미국 5대 오케스트라에 들면서도 그라모폰이 2008년에 세계 20대 오케스트라 랭킹에서 5위를 차지한 실력 좋은 오케스트라다 (미국 5대 중에 가장 높다). 구글을 뒤져봐도 위아래가 좀 다를 뿐 항상 순위에 드는 오케스트라임에는 틀림 없다. 이런 오케스트라를 운이 좋게도 우리학교는 시카고와 근처(라고 쓰고 3시간 떨어졌다고 읽는)에 위치한 덕분에 CSO가 학기에 한 번씩 방문을 하는데, 이런 접근성(?) 덕분에 여러번 CSO의 연주를 관람할 기회가 있었다. 첫 해에 파보예르비가 한 번, 그 다음 해에 다른 지휘자가 한 번 해서 봤는데, 그들의 연주실력에 매번 감탄을 하고, 언젠가는 시카고에서 직접 보리라 하는 소망을 갖고 있었다. 드디어 이번에 기회가 생겨서 다녀오게 되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도 좋은 연주를 볼 수 있는 기회였다.

2010년 랭킹이고 워낙 주관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으니 심각하게 받아들일 랭킹은 아니지만 높아서 나쁠건 없다.


시카고에서 시카고 심포니를 보는 것은 사실상 예술의전당에서 서울시향 연주를 보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하지만 원정연주와 홈 연주가 다른만큼 홈 연주에서 그들의 뽐내는 기량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다. 우선 건물 하나를 통째로 쓰는 CSO는 건물 입구에서 티켓을 확인하고, 그 이후에 내부 시설을 이용가능하게 해준다. 우리나라에서 공연장 안에 들어가기 전에만 티켓 확인을 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모습이었다. 

미시간애비뉴를 마주하고 시카고 심포니 건물이 위치해있다.

건물 자체는 상당히 오래된 것이 눈에 띄었다. 객석에 앉아서도 의자들이 낡아서 해진 모습들이 군데군데 보였고, 당연히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고 리모델링이 되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하다 싶었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홀이 예당만큼 크진 않았는데, 덕분에 연주자들을 더욱 가까이서 마주할 수 있었다. 이번에 나는 1층에서 봤는데, 지휘자를 마주보는 발코니나 메인홀 2층 3층에서 보는 것도 색다른 재미가 있을 수 있겠다 싶었다. 

팜플렛은 무료로 입구에서 나눠준다. 우리나라만 이걸 사는 문화인가?

우리나라에서는 연주 전부터 무대 사진을 찍으려고 할 때마다 어셔들이 달려와서 사진 안된다고 팔로 엑스를 그리며 가로막는데, 여기서는 연주 전과 후에 사진을 찍든 말든 상관하지 않았다. 이렇게 자유로운 분위기였음에도 연주 도중에 사진을 찍는 행위는 하나도 보지 못했다. 책임감이 부여된 자유가 이런 느낌인가 싶었다. 훨씬 더 자유로운 분위기였고, 객석 문을 나서자마자 바가 있고 하다보니까 인터미션 때 음료수/와인 등을 한잔씩 하면서 쉬는 타임을 갖는 것도 인상깊었다. 모두가 여유로운 느낌. 왜 한국에선 이렇게 각박했나 싶을정도였다. 

1부 피아노 협주곡을 위해 피아노가 들어오기전 무대 가장자리에서 대기하는 단원들
오래되고 입구가 좁아서 무대 옆에서 피아노가 나올 수 없다보니 여기서는 피아노가 무대 밑에서 올라온다. 쉽게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관객들의 매너도 항상 이런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 매번 언급되는 안다박수 (연주가 끝나자마자 득달같이 박수를 치는 것, 내가 언제 이 연주가 끝나는지 '안다' 해서 안다박수), 기침소리, 기타 관크라고 불리는 행위들이 많지 않았다. 아니면 나 또한 마음이 여유로워져서 그런 것등을 덜 신경썼는지도..그들의 여유로운 마음은 매 연주마다 모두가 일어나서 기립박수를 치는 것에서도 보였다. 우리나라는 유독 기립박수를 보기가 힘든데, 여기서는 기립박수를 안친 연주를 찾는 게 더 어려울 정도로 관객들이 연주단체에 보내는 기쁨과 환호의 크기가 기본적으로 더 크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근 슈클에서는 누가 기립박수치는 사람한테 사진찍기 어려우니까 앉아달라고 했다는 성토글이 올라왔었는데, 이해하기 어려운 노릇이다. 같이 기립박수 치고 즐기면 되는걸가지고 이렇게 인색하게 굴어야하는건가 싶다. 다같이 일어나서 브라보 외치는 것만큼 기분 좋은 일이 없는데 말이다. 


연주는 기대한대로 굉장했다. 이번 연주는 마이클 틸슨 토마스 (MTT) 라는 지휘자와 함께했는데, 고령의 지휘자가 매번 포디움에 오를 때마다 가드가 옆에서 행여 넘어질까 부축하려고 대기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그리고 악장과 악장 사이 넘어가기 전에 누가 뭘 떨어뜨려서 쿵 소리가 났는데, 여유있게 기다렸다가 다음 악장을 연주하는 여유가 보여서 좋았다. 거장의 느낌이 난다고 할까. 1부 모차르트는 모차르트 느낌이 나게 마치 살롱 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피아니스트의 현란한 오른발 페달링을 함께 감상할 수 있었다. 글렌굴드가 허밍하며 바흐 골든베르크 변주곡을 녹음했듯 이 피아니스트도 거의 입에서 노래를 하듯 입을 움직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열화와 같은 기립박수도 화답하는 관객들

2부는 쇤베르크가 편곡한 브람스 피아노 퀄텟이었는데,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이 거대한 곡을 마치 무림 고수처럼 휙휙 하면서 지휘를 하는 점이었고, 신기하게도 모두 이걸 맞춰들어오는 오케스트라 단원들이 또 나를 놀라게 했다. 공연 내내 아 이게 프로들의 집단인가 하는 생각이 들정도였다. 내가 만약 지휘를 했다면 4악장 같은 곳에서 온 힘을 다해 감정을 뿜어내고 했을 것 같은데 이 양반은 진짜 마지막마지막 피날레에서 끝맺을때도 심플하게 툭 바통을 휘저으며 마무리를 하는게, 그러면서도 너무나 놀라운 퀄리티의 연주를 보여줬다는 것이 그저 놀라웠다. 힘이 빠져있음에도 포인트만 딱딱 잡아서 연주하는 그 모습. '나는 네가 어느 부분을 어떻게 연주했을 때 감동받는지 알아' 라고 아는 듯한 그 지휘덕분에 2부는 입을 다물고 들을 시간이 없었다.

여러모로 아주 인상적인 공연이었고, 내년에 조성진, 길샤함, 유자왕, 요요마 등 여러 걸출한 연주자들이 CSO와 함께하는 것 같은데 이번 연주에서 눈과 귀가 높아질대로 높아져서 이런 연주자들과 함께하는 CSO 연주를 죄다 지르지 않고 내가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뺀질나게 시카고와 샴페인을 왔다갔다 하는 내 모습을 내년에 보고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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