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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 한국식 디스토피아의 정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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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유토피아

개인적인 2023 최고의 영화이다. 속이 꽉막힌듯 답답한 상황에서 배우들의 연기로 뚝심있게 밀고나가는 영화였다. 날짜도 인물의 배경에 대한 설명도 없이 바로 지진 장면 하나 보여주면서 주변 아파트 다 때려부수고 시작하는 영화. 군더더기가 없어서 너무 좋다. 던져놓은 떡밥들 중간중간 꼼꼼히 회수하면서 풀었던 이야기를 마무리하는 폼이 예사롭지 않았다.

배경 자체가 한국에 특화된 영화라고 생각한다. 아파트를 저렇게 고층으로 크게 단지로 지어대는 나라는 우리나라랑 중국 정도일텐데 가격 차이나는 집 산다고 무시하는 다른 단지 사람들, 전세인지 자가인지 구분하려는 모습, 그리고 집을 사기당한 사람까지 한국 아파트에 관한 갈등요소들이 전반적으로 다 들어가있고 꼼꼼히 언급된다. 외국인의 시선에서 보면 저런 나라가 있구나 싶어서 더 흥미롭게 보지않았을까.

T인 나는 박서준 배우의 역할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일단 살고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걱정이 인간답게 사는 것에 우선하는 사람.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인심은 곳간에서 나는 법이니까 일단 배가 부르고 등이 따시는 길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반면에 이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아보이는 박보영 배우의 입장은 노력으로 이해해보려 했다. 저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이병헌 배우의 연기는 놀라웠다. 항상 잘한다고 생각했지만 광기에 사로잡힌 연기는 감탄하면서 봤다. 혼자 너무 잘해서 나머지가 되려 못해보이는 생각이 들정도. 이렇게 얼떨결에 총대를 메고 권력을 쥐면서 사람이 변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는 이 역할에 최적화 된 듯 보였다.

박보영 배우의 마지막 대사가 인상깊다. 여기 그냥 살아도 돼요? 그리고 돌아오는 답변, 뭘 그런걸 물어요 그냥 살면 되지. 영화 전체를 끌고온 중심 문장은 새로 옮겨온 피난처가 지진으로 통째로 뒤집어진 집이라고 앵글을 돌려 보여주는 모습과 함께 뒤집어진다. 너희가 지난 두 시간동안 잘못 생각했어, 라고 전하는 것만 같다. 박서준 배우가 이를 일찍 깨닫고 박보영 배우와 함께 일찍 뛰쳐나갔으면 전해준 머리핀이 명품 머리핀이 아니라 상 중에 꽂는 흰색 머리핀으로 얼핏 비춰지는 불상사는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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