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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2023, SNS를 끊었다 (인스타그램 포스팅을 안한지 6개월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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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일에 새해기념 포스팅을 한 이후로 인스타그램에 포스팅을 안한지 거진 6개월이 되었다. 안하고 싶어서 안한 것 반, 딱히 올릴만한 것이 없었던 것 반, 어찌보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안 올렸던 것인데 결과적으로 나에게 좋은 일이 되었기도 하거니와, 지난 십수년간 써왔던 여러 SNS을 돌아보게 만든 기회가 되었다. 


한국인이라면 으레 거쳐왔을 싸이월드 -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테크트리를 나도 학창시절을 거치며 따라왔는데, 그간 그렇게 포스팅하고 꾸며온 시간들 동안 뭐가 남았나 하는 생각을 요즘 많이 한다. 뭐 피드에 박제 하는 순간들이 좋을 수는 있겠으나, 이 박제라고 하는 것이 단순히 나를 위한 만족, 기록이 아니라 어느샌가 여기에 눌리는 좋아요 갯수를 신경쓰게 되면서 순기능과 역기능이 역전되는 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때 SNS가 생각보다 더 많은 영향을 미치는구나 깨닫게 되었다. 오늘도 퍼거슨 감독의 말은 옳고 또 옳다.

“There are a million things you can do in your life without that. Get yourself down to the library and read a book. Seriously. It is a waste of time.”

출처 : 데일리한국(https://daily.hankooki.com)

가령 포스팅을 안한 기간은 인스타를 하루에 몇 번 안들어가는데, 포스팅을 하고 나면 시간이 날 때마다 좋아요 갯수와 댓글을 확인하게 되는 내 자신을 보며 남의 반응에 이렇게 집착했었나 싶을 정도로 놀라기도 했다. 참으로 어쩔수 없는 인간의 욕구인 것 같다. 인정받고 싶다는 느낌, 사랑받고 싶다는 느낌 등을 SNS 좋아요와 댓글만큼 빠르게 충족시켜 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이건 알람을 꺼서 더 그런것 같기도 했지만 켜놓으면 켜놓는 대로 많이 보니까 인스타를 더 들어간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내가 인플루언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몇백명에 불과한 내 지인들이 보고 좋아요를 누르냐 마냐인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반응에 연연해서 좋아요 갯수가 올라가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체크하는 내 자신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수가 없었다. 좋아요 많이 받는다고 내 인생이 더 의미있어지고, 덜 받는다고 의미 없어지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하나 다행인 건 내가 올린 게시물의 좋아요 개수를 숨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걸 머리로는 알고 있음에도 포스팅하면서 이걸 신경쓰지 않기가 정말 어렵다는 것이 문제다. 사람들의 반응을 체크하고, 더 많은 좋아요를 통해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시키고픈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만들어진 SNS 어플이니까 응당 나도 여기에 걸려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은 좋아요 갯수가 크게 의미없는 스토리만 가끔 올리고 있다. 실제로 게시물다운 게시물을 올린건 6개월이 넘었다. 어차피 연락하는 지인들이야 카톡으로 근황 전하고 있고, 그렇지 않은 지인들은 굳이 내 근황이 궁금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살아보니 내 스스로의 만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있는 느낌이 든다. 여전히 나는 음식을 만들면 사진을 찍고, 여행을 가면 사진을 찍어서 남겨두려고 하지만 굳이 남들이 반응해주길 바라면서 포스팅하지 않는 것. 그렇게 인스타 빈도를 줄이면서 남의 인생을 한 발짝 물러나서 바라보니 이제는 남들이 뭐 어디 다녀왔다고 하면 오우 이쁘네, 멋있네 하고 만다. 내 인생도 충분히 예쁘고 멋있기 때문인 것 같다. 여기서 FoMO (Fear of Missing Out)를 느끼지 않는 것만으로 자존감이 뿜뿜 올라간다. 

한편으로 내 자존감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을 무렵, 학창시절에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 싸이월드 빼고는 없었다는 것이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싸이월드도 어지간히 내 자존감을 들었다놨다 했던 SNS임에는 분명하지만, 싸이월드는 일촌을 맺고, 직접 그사람의 미니홈피를 방문해서 사진을 보던가 하는 식으로 봤어야하는거라, 더군다나 스마트폰도 없었을 때라, 접근성이 지금만큼 좋지 않았기에 그나마 내가 덜 허우적댔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뭐 애어른 가릴 것 없이 SNS를 하는데, 남의 시선에 민감할 어린나이라면 더더욱 영향을 많이 받지 않을까 싶다. 30대가 된 지금에야 남이 어떻게 살든 '뭐 어쩌라고'의 마인드로 살 수 있지만 어린시절에는 내집단에서의 동질감을 느끼면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세상의 전부인 때가 있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앞으로도 나는 SNS를 멀리할 것 같고, 아직 지우는 것 까지는 못했지만 뭐 지인들 근황 보고 듣는 것으로 만족하며 지낼 것 같다. 다행히 내 지인들도 그렇게 SNS를 열정적으로 하지는 않는다는 걸 알아서 나 또한 SNS에 데면데면 해지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렇게 건강한 인터넷 생활 하면서 지낼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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