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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미국에서 자취하기 - 대파 키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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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어도 내가 있는 일리노이 샴페인 지역에서는 대파가 비싸다. 근처에 H마트가 없어서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동네 아시안마켓을 가면 세 줄기에 5달러 씩이나 받음에도 불구하고 대체재가 없어 (leek 쓰라는 얘기도 있는데 맛이 다르다. 생긴것만 비슷할 뿐..) 큰 마음 먹고 사게 만드는 친구다.


뿌리까지 깔끔하게 제거된 대파들..$5.49라는 기가막힌 가격


그깟 대파 안먹으면 되는거 아닌가? 라는 호기로운 다짐은 한국음식 야채 대표주자가 대파 양파 마늘이라는 걸 깨닫고서 깔끔하게 포기했다. 그럼 한국음식을 안먹으면...

여하튼 대파를 결국 눈물을 머금고 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미국 살면서 이렇게 서러울 수가 없었다. 국물 우릴 때 대파 줄기 넣는걸 속조리며 넣는 내 자신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새해를 맞아 직접 대파를 키워보기로 결심했다.

여러 방법을 고민하다가 줄기부터 기르는 걸 알아봤는데 보통 이런 자취생의 가난한 마음을 조롱하듯 아시안마켓에선 뿌리를 깔끔하게 제거하고 랩에 포장해서 판매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미 시도해봤지만 뿌리가 없느면 당최 자라질 않는다. 하지만 동네 아시안 마켓을 전부 돌아서 우여곡절 끝에 뿌리가 약간 남아있는 대파를 구할 수 있었다.


0일차

집에 가져오자마자 윗부분은 잘게 잘라서 냉동실로 보내고 흰 대 부분 네줄기를 심었다. 옛날에 깻잎 재배해보다가 실패한 화분에 심은 것이다. 이게 성공하면 깻잎도 다시 해볼 것이다.

깻잎보다 수월한 점은 씨앗부터 시작하는 게 아니라 자란 애를 더 자라게 만드는 것이라 발아의 과정까지 거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특히 대파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게 보여서 얘가 대파인지 대나무인지 헷갈릴 지경이다.

일주일 지났을 무렵, 다른 마트에서 훨씬 대가 굵고 뿌리가 더 길게 남은 두줄기를 데려와서 심었다. 모든 줄기에서 순조롭게 자라고 있다. 물은 겉 흙이 말랐다고 느껴질 때만 줬다. 대파는 특히 물을 많이주면 안된다는 폭풍 구글링의 결과다.

1주일

흰대에서부터 키웠기 때문에 얼만큼 자랐는지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마침 집도 동향으로 이사를해서 해가 잘든다. 최적의 조건이다.

2주차

이제 자라면서 머리가 무거워지는지 슬슬 기울길래 안쓰는 젓가락과 빵끈을 이용해서 지지대를 만들어줬다. 이만큼 자라고보니 너무 촘촘하게 심은건 아닌가 싶다. 며칠 뒤에 절반은 나눠서 다른 화분으로 옮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지난 주말, Home Depot에서 대파 씨앗을 팔길래 냉큼 사왔다. 안그래도 한국 다녀오는김에 씨앗을 가져와야하나 싶었는데 식물종자는 반입이 안돼서 앞선 것처럼 줄기부터 키운것인데 미국에서 이 씨앗을 구할 수 있을줄은 몰랐다. 아무튼 이것도 키친타올에 물 적셔서 발아를 시켜보려 한다.

첫 수확하면 굉장히 기쁠 것 같다. 기대하시라!


3주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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