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목전에 둔 작년 12월, Grubbs catalyst로 유명한 미국의 화학자 Robert H. Grubbs가 타계했다. 향년 79세. 여러 학교를 거쳐 CalTech에서 교수로 오래 활동하셨다.
Metathesis라고 불리는 치환반응을 매우 효과적으로 만들어주는 착물을 개발한 공로로 다른 두 명의 화학자와 함께 노벨화학상을 받았고, 무기화학시간에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부분중에 하나이다. Metathesis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자면 네 명의 댄서가 두 명씩 짝을 지어서 춤을 추다가 음악이 바뀌면서 파트너를 바꾸고 다시 춤을 추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좋다.
C=C 결합은 꽤나 강한 결합이고, 이를 깔끔하게 위처럼 잘랐다가 붙이게 만들어주는 catalyst는 Grubbs가 개발하기 전에는 효율이 낮거나 불안정해서 사용하기가 어려웠는데, 그의 연구 그룹에서 Ru을 이용한 착물이 이에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 지평을 열게 되었다. 이전에는 Ru 외에도 W, Os, Ti 등 다양한 금속 착물들이 이 반응에 사용되었다.
초기에 1세대 촉매가 개발된 이후로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여,
위의 3세대 촉매까지 나와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같은 metathesis 반응을 촉진하는 촉매는 Grubbs catalyst 말고도 Schrock catalyst도 알려져 있는데, 텅스텐이나 몰리브데넘 (W / Mo)을 이용한 착물이면서 반응성은 Grubbs보다 불안정, 산소와 수분에 민감하다고 한다.
대략적인 메커니즘은 이렇다고 한다
처음에 올레핀이 착물과 결합한 다음 기존에 가지고 있던 결합 대신 맞은편의 올레핀과 결합을 형성하면서 새로운 올레핀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앞서 4명의 댄서가 파트너를 바꾼다는 표현을 상기시켜보자)
그래서 이 착물이 실생활에 어떻게 활용되는지 구체적인 예를 좀 찾아봤는데,
ROMP (Ring opening metathesis polymerization) / CM (cross-metathesis)
많은 폴리머 합성 (플라스틱 같은 고분자 중합체) 에 이 착물이 많이 응용되고 있다고 한다. 어쩌면 화학자로서 가장 기쁜 순간이 아닐까 싶다. 연구를 위한 연구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산업에 적용되어서 이런 저런 곳에 유용하게 쓰이고 있으니 말이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기듯, 그의 이름은 영원히 세계 곳곳에서 그가 개발한 촉매를 이용하며 불려질 것이다.
https://www.washingtonpost.com/obituaries/2021/12/25/nobel-laureate-robert-grubbs-d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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