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학기 X-ray crystallography 수업을 들으면서 인상 깊게 다가왔던 부분들이 많고, 내가 대충 프로그램으로만 알고 있던 지식들의 배경들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걸 그냥 아 그렇구나 끄덕 하고 넘어갔다간 어줍짢게 기억하고 넘어가서 잘못된 지식으로 기억할까봐 정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포스팅 하게 되었다.
우선 기본적으로 어떤 방법으로 만들어진 크리스탈은 프로브에 올려져서 X-ray 쪼임을 당하게 된다. 그러면 일정하고 규칙적인 간격으로 배열한 크리스탈 속 분자들은 X-ray를 반사하게 되는데 (diffraction), 이 과정에서 detector에 무수한 점의 패턴으로 남게 된다. X-ray 쪼임을 당할 때 해당 원자는 X-ray를 흡수하거나, 반사하게 되는데 반사하는 경우에도 일부 흡수하고 반사하는 경우가 있고 전체를 그대로 반사하는 경우가 있다. X-ray diffraction은 X-ray를 그대로 반사만 시키는 elastic diffraction을 측정한다.
여기서 반사된 점들은 각각의 세기 (intensity)를 가지게 된 일종의 정보를 가지고 있는 점으로 기록되게 되고, X-ray를 360도 방향에서 쪼이므로 (X-ray가 한 방향에서 나오고, 프로브가 360도 돌면서 결정을 돌린다) 모든 방향에 대한 3차원의 diffraction pattern 지도가 만들어지게 된다.
이렇게 얻어진 데이터 자체로는 우리가 이게 어떤 원자가 어떻게 배열되어 있는지 알 수 없다. 약간의 이론을 끄집어 내자면, 우리가 크리스탈 구조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것은 원자의 종류와 그 원자의 위치이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있는 diffraction의 세기만 가지고는 이를 유추하기가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원하는 궁극적인 정보인 electron density distribution 을 얻기 위해서는 Structure factor (F)를 얻어야 하는데, F는 amplitude와 phase의 함수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amplitude를 측정할 수 있지만 X-ray가 원자에서 반사되어 detector까지 가는 경로에서 나타나는 차이인 phase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가 없다 (Phase problem).
하지만 과학자들은 여러가지 이 패턴에서 나온 intensity를 이리조작하고 저리 조작하며 바꾼 정보들을 통해 유추할 수 있는 방법들을 개발했다 (Patterson method, direct method, intrinsic phasing..). 각자 나름의 방법을 통해서 아 패턴이 이런식으로 나오면 이렇게 맞출 수 있어! 라는 식인데, 꽤나 정확하게 구조를 유추할 수 있게 되면서 분석에 상당한 시간을 줄여주고 있다. 물론 여기서 다루는 정보는 컴퓨터가 다 계산해준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Patterson method는 큰 값 x 큰 값 = 큰 값이라는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온 것인데, 실험을 통해서 얻어놓은 intensity와 이걸 <u, v, w> 만큼 옮긴 새로운 지도의 intensity를 곱하면 기존에 큰 intensity가 있던 부분은 더 커져서 다른 부분의 적당히 큰 값 x 적당히 큰 값에 비해 더 차이가 커질 것이고 차이가 명확해지며, 이들 큰 intensity를 가지는 부분이 heavy atom이 있는 부분이라고 유추하는 방법이다. 벡터 계산이 좀 더 들어가긴 하지만 어쨌든 옮긴다음 곱해서 큰 intensity를 찾는다가 핵심이겠다.
Direct method는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몇가지 팩트를 놓고 스도쿠처럼 추리해가는 느낌의 방법이다. 무슨말이냐 하면, electron density는 무조건 양수고, 원형으로 (아닌 경우도 있지만) 모여있으며 다른 곳에선 0을 가진다. 이를 토대로 몇가지 phase로 가능한 경우의 수를 조합하면 맞아 떨어질 수 밖에 없는 (A가+고 B가 +면 C는 무조건 +라는 식) 조건에 놓이는 경우가 있게 되고, 이를 통해서 phase를 (앞서 우리가 실험적으로 구할 수 없었던)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써놓고 보니 말이 어렵긴 한데, 이게 맞고 저것도 맞으니까 이건 이 phase일 수밖에 없어! 라고 유추해가는 식이다. 그런식으로 하나하나 reflection들에 대해서 분석을 하면 원하는 전자밀도를 얻게 되는 것이다.
Intrinsic phasing은 앞선 방법들의 연장선이라고 보면 되는데, direct method의 강점을 뽑아와서 더 발전시킨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direct method로 얻은 structure solution을 가지고 적당한 space group (분자들이 어떤식으로 배열되어있는지 나타내는 분류 방법)을 제시하고, 여기서 일반적으로 얻을 수 있는 electron density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서 일정 퍼센티지의 피크를 랜덤하게 생략시킨 후 남은 원자들의 phase를 계산한다. 여기서 무슨 알고리즘을 적용하고 어쩌고 해서 한다고 하는데 사실 설명 읽어봐도 어떻게 발전했는지 모르겠다. 근데 이게 거의 마법같이 어지간한 크리스탈 구조는 정확하게 풀어준다고 한다. 심지어 컴퓨터 용량을 크게 잡아먹는 방법도 아니어서 놀라울 따름.
결론적으로 전자밀도를 얻어야 하고, 이걸 얻으려면 phase 정보도 필요하지만 이걸 실험에서 바로 얻을 수 없기에 다양한 방법으로 유추하는데, 방법이 발달하여 많이 정확도가 올라갔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이게 100% 정확한 것은 아니라 다양한 수치를 토대로 에러 값을 표시하는데, 허용되는 범위가 있으니 그래도 신뢰할만하다고 하겠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잘못 분석한 크리스탈 구조에 관한 것도 포스팅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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