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반응중에 cross-coupling reaction이라는 것이 있다. 서로 다른 두 물질을 레고로 조립하듯이 뚝딱뚝딱 붙여내는 반응인데, 마치 벽돌을 하나하나 쌓아서 집을 만드는 것보다 조립식으로 모듈을 만들어서 집을 완성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고 빠른 것처럼 화학에도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 cross-coupling reaction이다.
가령,
왼쪽의 두 물질이 오른쪽의 한 물질로 만들어지는 반응인데, 간단한 구조의 분자에서부터 매우 복잡한 분자구조까지 이어붙일 수 있는거라 활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현재도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반응이다.
Cross-coupling reaction은 기본적으로 transition metal 을 필요로하는 반응이다. 대표적으로 Pd, Ni 등이 있고 다른 금속들도 많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Pd이 비싸긴 하지만 워낙 적은양으로도 효율이 좋아서 이 반응에 대표적으로 많이 쓰이는 전이금속의 하나이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에 어떤 그룹 (L. Xu et al.) 에서 metal-free cross-coupling reaction이라는 거창한 제목과 함께 논문이 Nature catalysis라는 저명한 촉매 논문에 실렸다는 것이다.
읭 이게 된다고? 하면서 보니 내용인 즉슨, 이 그룹에서 어떤 amine 구조를 합성해서 Suzuki cross-coupling reaction에 써보니 이게 수율도 좋고 하더라! 라는 결과였다. Suzuki coupling은 Pd 착물을 가지고 진행하는 대표적인 cross-coupling reaction의 하나이다. Pd 값이 워낙 비싸기에 이걸 Pd 없이 만들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겠다. 그래서 Nat. Cat에까지 논문이 실릴 수 있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다른 그룹 (G. Tolnai et al.)에서 이 결과에 상당한 의문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다. (정확히는 세 개의 다른 그룹에서 이 논문을 반박했다)
그들 (G. Tolnai group) 의 주장은 amine 촉매를 합성하는 여러 스탭중에 Pd 촉매를 활용한 반응이 들어가있는데, purification 하고서 남은 미량의 Pd이 사실 최종적인 촉매 활성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 라는 주장을 하였다.
그래서 의구심을 가진 연구그룹에서 해당 amine 촉매구조를 Pd를 사용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합성하는 방법을 통해 얻어낸 후 같은 촉매활성을 보이는지 증명하는 실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논문에 실린 것과 같은 Suzuki coupling reaction을 진행한 결과,
그래프에서 보다시피 Pd를 활용해 합성한 amine 분자에서만 촉매 활성이 일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이 결과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당연히 amine이 촉매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라는 주장을 뒷받침 하는 강력한 근거가 되는 것이다. 또 하나, 활성을 일으키지 않았던 amine에 25 ppm의 Pd를 넣은 결과
정상적인 촉매 반응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다. 결론은? Pd가 일을 했지 amine은 일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서 시사하는 점은, 극미량의 Pd라도 cross-coupling에 높은 효율을 보일 수 있다는 것과 purification 과정에서 Pd가 완전히 걸러지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amine 합성 과정에서 그들이 colomn chromatography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걸러지지 않았고, 상당한 농도의 Pd가 있음을 ICP-AES라는 분석 방법을 통해서 확인되었기도 하다.
이전 그룹은 DFT까지 동원해가며 해당 amine 촉매가 어떻게 촉매 활성을 나타낼 수 있는지 설명하려 온갖 노력을 기울였으나, 사실 Pd가 했다고 하니 어쩌겠는가. 당연히 논문은 게재 철회(retract) 될 수 밖에 없었다.
안타깝지만 실험 결과가 그러하니 받아들일 수 밖에...
촉매 연구를 하는 입장에서 이런 이슈는 굉장히 흥미로울 따름이다. Pd가 그만큼 놀랍기도 하고, 순수하게 새로운 촉매를 발견했다고 한다면 그 촉매를 합성하는 과정에서 일절 Pd 등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에서 증명을 해야 제대로 된 증명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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