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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넷플릭스 신작, 고요의 바다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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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우리나라 넷플릭스 신작은 언제나 항상 챙겨보는 편인데, 특히나 로맨스 소재가 아닌 신선한 장르의 신작은 더더욱 개봉 날짜까지 메모해두며 챙겨보는 편이다. 올 해 나왔던 오징어게임, 지옥 등이 특히 그랬다.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춰서 공개된 고요의 바다도 그래서 내가 기대하던 작품 중에 하나였는데, 이번에 정주행을 마치고 이래저래 좋은 것도 안좋은 것도 있어서 후기를 남겨본다.

 

(스포주의)

우선 좋았던 점은 기지의 이름이 발해기지라는 점이다. 동북공정이 알게모르게 계속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전세계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기점으로 우리나라 컨텐츠에서 '발해'라는 이름을 언급할 수 있다는 점은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별 말도 안되는 소리로 온갖 것들이 중국의 문화라고 우기는 과정에서 이런 네이밍은 충분히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외에 내용적인 면에서 일단 가장 광범위하게 지적하고 싶은 것은 개연성에 관한 것이다. 장르 자체가 해리포터처럼 마법을 뿅뿅 쓰는 것도 아니고, 지옥에서처럼 절대자가 나타나서 사람을 잡아가는 설정도 아닌 어느정도 시간이 지난 미래에 달에 지은 우주기지에서 나타나는 설정으로 컨셉을 잡았다면, 가장 중요하고 가장 신경썼어야 하는 부분은 시청자를 그들이 만든 설정에 동감할 수 있게, '일어날 법 한데?' 라고 설득해 나가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번 고요의 바다에서는 화려한 캐스팅에도 불구하고 이런 부분에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먼저 중력에 대한 것이다. 기본적으로 지구보다 중력이 약한 곳에서 중력을 얻으려면 기지가 회전하면서 나타나는 원심력으로 중력을 얻곤 하는데, 달에 고정되어 있는 기지에서 뭘 조작했는지 너무 쉽게쉽게 중력을 지구에서처럼 걸어다니는 장면은 공감하기가 다소 어려웠다. 왜 우주정거장이 허구헌날 뺑글뺑글 돌고 있겠는가, 다 중력 얻으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겠는가. 공기가 없는 조건이야 뭐 가압을 하던 감압을 하던 공기를 넣고 빼는 식으로 조절이 가능해서 기지 안에서 헬멧을 벗고 했겠지만 중력은 전혀 다른 조건인데 이를 비슷하게 여긴 느낌이 나서 좀 그랬다. 기지 바깥에서의 장면은 대체로 잘 묘사했다고 생각하지만 기지 내에서의 중력이 어떻게 가능했는지도 나름의 장면이 있었다면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올 수 있지 않았을까

그 다음으로는 월수에 관한 내용이다. 이 드라마의 가장 핵심적인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월수에 관한 것이 일단 정확히 뭐가 있는지도 밝혀내지 못했지만 단순히 물 공급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에서 입 다물고 지구로 가져오라는 내용에서 여러가지 의심가는 부분이 많았다. 물론 안다. 이런걸 다 내려놓고 그런가보다 하고 받아들이면서 보면 재밌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을. 근데 사실 그럴거면 영화 Dune처럼 아예 뭐 다른 세계관을 도입하던가 했었어야 했을 것이다. 

일단 월수를 분석하는 과정에서 물 분자가 둥둥 떠다니는데, 이걸 단순히 현미경으로 봤는데 그렇게 스크린에 뜨는 것도 그랬고, 중수 (D2O)가 아니라는 것을 언급하는 과정에서도 어는점이 실제 중수의 어는점과 다른 수치를 (영하 70몇도였나)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아했다 (실제로는 3.8도인가 그렇다). 그리고 물이 자가증식을 하면서 금붕어를 살려내는 장면에선 질량 보존의 법칙이 전혀 작동하지 않아서 놀라울 따름이었다. 금붕어 몸에서 금붕어가 헤엄칠 정도의 물이 나타나는 기적적인 장면을 보며 탄식을 금할 수 없었다. 

대원이 월수에 노출되어서 물을 쏟아내는 과정도 나름 비주얼적인 측면으로 흥미롭긴 했으나, 쏟아내는 양이 사람이 가지고 있는 혈액의 절대량에 비해서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아쉬웠다. 4L정도는 진작에 뽑아냈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다른 세포나 이런 곳에서 가지고 있던 물이 빠져나가는 설정이었다면 그나마 이해를 해보려고 노력했을 수도 있겠다. 사람의 몸이 나뭇가지처럼 빠른 시간에 쭉 말라가면서 물을 계속 토해내는 설정이었다면 말이다. 하지만 드라마 내에서는 물을 계속 쏟아내고 죽는 선에서 마무리가 된다. 

 

지구에서 고갈된 물 - 달에서 발견된 증식하는 물의 존재 - 이를 가져오기 위한 어두운 존재들 간의 알력 이렇게 이어지는 스토리 라인을 좀 더 탄탄하게 뒷받침 해줬다면 더 재밌게 감상할 수 있었을텐데 여러모로 아쉬울 따름이다. 여기 언급한 내용 말고도 더 많은 오류가 있지 않을까 싶다. 다음에 또 우리나라에서 이런 미래 우주에 관한 소재로 신선하게 뭔가가 나온다면 많은 자문을 토대로 설득력 있는 드라마나 영화가 나오기를 희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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