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메시아 라는 드라마가 넷플릭스에 나왔다. 성경에만 존재하던 메시아라는 존재가 21세기에 나와서 보이는 여러 신비한 일들 (병자를 치유하고, 감옥에서 탈출하는) 덕분에 그를 따르는 추종자가 생겨나가는 과정을 보여준 신선한 드라마였는데, 이번에 나온 '지옥'도 이런 절대자의 등장과 이를 둘러싼 종교의 발생이라는 점에서 궤를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트레일러로 '지옥'을 처음 접했을 땐 고지받은 특정한 시간에 괴물들이 나타나서 죽는 것만 예고로 나오길래 '아 뭔가 이 괴물들이랑 싸우거나 하려나보다' 생각했는데, 사실상 그것보다 더 심오한, 종교의 등장과 이를 유지해 나가는 움직임에 더 초점을 맞춘 드라마라고 할 수 있겠다.
(스포주의)
여기서 등장하는 세 오랑우탄 같은 괴물들은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사고(accident)' 라고 생각할 수 있다. 자동차사고, 급성쇼크사, 암 등등 정말로 많은 원인에 의해 우연한 계기로 사람들이 죽고 다치는데, 이를 이 드라마에서는 단일화 시킨 절대적인 힘에 의해 죽는 것으로 보여주고, 단순히 추상적인 의미의 절대자가 아닌 구체화된 실체 (카메라에 찍혀서 퍼질 수 있는)를 등장시킴으로써 사람들의 공포심을 빠르고 강하게 자극했다.
이 '사고' 들을 종교계에서는 하나님이 데려가셨다고 하지만 사실 실제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를 이 드라마에서 과장된 표현 기법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충분히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는 점에서 이야깃거리가 많은 컨텐츠라고 생각한다.
우연히 일어난 '사고'라고 생각하면 넘길 수 있는 것을 신의 '의도' 라고 해석을 해버리니 사람들이 벌벌 떠는 것이다. 그래서 새진리회의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 신생아가 고지를 받거나 정진수 의장이 고지를 받았다는 사실이다. 설명할 수 없는 죄 혹은 죄가 없을수도 있지않을까? 하는 의문이 드는 순간 믿음은 깨지고 의심이 가득해진다. 이 시점에서 새진리회는 '원죄'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하지만, 기독교의 원죄와는 다른 차별성을 두기 위해 이해가능한 범위에서 죄를 규정짓는 것을 바꾸지는 않는다. 어쨌든 본질적으로 정말 우연히 일어나는 사고에 대해 자기들 입맛에 맞게 해석하는 것에 있어선 두 종교 다 다를 바가 없다.
마지막에 결국 아기는 안죽고 죽었던 한 명의 희생자가 다시 살아돌아온 결말이 잘 이해가 안되긴 하지만 2020년대의 시대상과 맞게 잘 풀어낸 것 같아서 재밌게 봤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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