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작하며,
오랜만에 긴 포스팅을 해보려고 한다. 내가 이번 2년차 Literature seminar 하면서 발표 주제로 삼았던 것이기도 하고, 수십명 앞에서 발표를 하긴 했지만, 단일 발표로만 남겨두고 싶지는 않아서 다시 정리해서 올리게 되었다.
#2.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금속의 산화상태
기본적인 일반화학 지식을 배우면서, 아니 설령 무기화학까지 배우더라도 우리는 일반적인 금속의 산화상태 외에는 잘 다루지 않는다. 가령 철은 2가, 3가를 좋아하고, 아연은 2가를, 니켈은 2가를 선호한다는 식으로 말이다. 사실 여기서 더 복잡하게 나가기엔 너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기에 그런 것도 있다.
하지만 그런 교과과정을 넘어서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사례가 많이 있고, 흥미로운 결과가 무기화학 분야에서 많이 보고되고 있다. 가령 Ni(I), Fe(IV), Pd(III) 같이 흔히 알려지지 않은 산화상태를 가진 금속 착물은 여전히 많이 연구가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왜 이런 연구를 하냐면, 우리가 Nerd라서 '헤헤 신기하다 철 4가라니 헤헤' 하는 것이 아니고, 이런 산화상태에서 나타나는 특이한 반응성을 관찰하기 위해서 그렇다. 보통 안정한 상태에선 당연히 안정한 상태의 산화상태를 유지하겠지만,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과정에서는 이 금속들이 안정한 산화상태를 벗어나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들의 반응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증명하기 위해서는 중간체, intermediate 연구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 중간체로 예측되는 것들이 바로 앞선 Fe(IV)같은 특이한 산화상태의 착물이다. 우리가 어떻게 전자를 하나 더하고 빼고, H+를 더하고 빼고 하면서 반응 사이클을 만든다 치더라도, 중간체가 잡히지 않으면 이건 그냥 '가정'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십년 전 부터 지금까지 무기화학자들은 이 중간체를 잡으려고 혈안이 되어있다.
그러면 이 중간체가 쉽게 잡히는가? 라고 말하면 또 그렇게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이들은 큰 반응성을 가지고 무엇인가와 반응해버리기 때문이다. 집 밖은 위험하다고 외치는 많은 대학생들처럼 안정된 산화상태를 벗어난 메탈은 자기 원래의 산화상태로 돌아가려고 무진장 애를 쓴다. Low-valent가 되면 전자를 하나 어디 버리려고하고, High-valent가 되면 어디서든 전자를 받아오려고 하는 식이다. 그러면 이들의 반응성이 무척이나 커지는 것이고, 이는 곧 이들의 생존 시간이 짧다는 것을 의미한다. 착물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매우 낮은 온도에서 여러 분광학 테크닉 (UV, IR, Raman, NMR 등)으로 간신히 관찰하는 경우가 허다하며 (이것만 관찰해도 논문 나오는 경우가 많다), 크리스탈 구조를 얻는 경우는 더더욱 적다.
하지만 분자구조를 실제로 보는 것만큼 좋은 결과가 없으니, 이렇게 크리스탈 구조를 얻을만큼 특이한 산화상태의 금속 착물을 안정화, 분리시키려는 노력은 정말로 많은 무기화학 연구실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부분이다. 물론 나 또한 그렇고 말이다. 이를 위한 노력은 다양한 방면에서 가능한데, 오늘은 가장 흥미로운 주제인 low-valent Mg에 대해서 다루기로 한 만큼, kinetically stable한 metal complex를 얻기위한 노력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3. Alkali earth metal (Group 2 metal)의 화학
사실 다른 금속들은 차치하고라도 고등학교 화학까지만 배우면 마그네슘, alkali earth metal 족의 금속들이 +2가 금속을 좋아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고있다. 왜냐면 +2가를 형성하면서 inert gas인 He, Ne, Ar 등의 전자배치와 같아지기 때문이다 (Octet rule). 근데 이걸 막고서 +1가나 0가의 착물을 얻으려고 한다? 그러면 헐레벌떡 다른 주변 물질한테 전자를 주고 자기는 안정해지려 할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이래저래 연구를 해보니, +1가나 0가의 착물을 만든다 치더라도 Mg2+로 가는 길이 너무 쉬워서 혹은 더 안정해서, 금세 이쪽으로 향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othermic reaction). 이는 열역학적으로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thermodynamically unstable), 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이 착물을 안정화시키려고 생각한 방법이 kinetically stable한 착물을 만들자는 것이다.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이, Mg+1이 되거나 Mg0으로 겨우겨우 만들어 놓더라도 자꾸 주변 물질이랑 반응해서 전자를 쥐어주니까, 이걸 못하게 리간드 구조를 바꿔서 다른 것들이랑 반응 못하게 만들어버리자는 것이다. 코로나가 자꾸 퍼지니까 14일 자가격리하려고 호텔 들어가는 것이랑 비슷하게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그 전에는 코로나 환자가 후다닥 남한테 기침해서 감염시키고 자기는 회복해서 코로나 환자가 어떤 증상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면, 이 양반을 격리시킴으로써 콜록대더라도 혼자만 기침하고 나머지한테는 옮기지 않는 상태로 만든 다음, 이 환자가 어떻게 생겨먹었는지 관찰을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이 생각한 방법이 super bulky한 리간드 구조를 사용한 것이다. 어지간한 분자들은 접근도 못하게 리간드로 장벽을 치는 것이다. 저기 Mg를 둘러싸고 있는 Alkyl 그룹이 다른 부분을 보여주려고 간소하게 표현되긴 했지만, 계산된 저 원자들의 전자밀도를 파악하게 되면 정말로 빽빽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이런식으로 Mg(II) 착물을 만든다음 이를 강한 환원제를 사용하여 전자를 하나 Mg에 쥐어주게 된다. Mg도 전자를 잘 안가지려고 하는 친구지만, 이들보다 더 강한 환원제 가령 K나 Na같은 alkali 금속을 사용하면 이들 또한 전자 기부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Mg에게 전자를 줄 수가 있다 (환원을 더 잘 시킨다 라고 말한다). 결국 Mg는 마지못해 전자를 하나 더 받게 되고 Mg(I) 상태가 되지만, 주변 분자들과는 반응하지 못하게 리간드로 꽁꽁 막혀있어서 이 상태를 오래 유지하게 되고, 결국 크리스탈이 되어 세상에 공개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결과는 3대 과학 저널(Science, Nature, Cell)로 흔히 일컬어지는 저널 중 Science에 2007년에 실리게 된다.
근데 근데 이게 Mg(I), +1가 산화상태를 가지는 착물인지는 어떻게 알았을까? 이게 무슨 게임처럼 위에 아이디 뜨듯 산화상태가 뜨는 것이 아닌데 말이다. 이는 여러가지 증거들을 통해서 이게 +1가입니다 라고 증명을 했는데, 첫 번째는 Mg(II)와 리간드 N 원자의 결합길이를 보고 판단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금속의 산화상태가 +2에서 +1이 되게 되면, 덜 +인 상태를 가지기 때문에 N 원자와 상호작용이 약해지게 된다. 전자를 하나 더 받았기 때문에 느슨해지는 것이다. 결합 길이를 확인한 결과 Alkali metal에 의해 환원된 메탈 센터의 Mg-N 결합이 더 길어졌음을 확인했기에 이런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두 번째로, 첫 번째 증거를 뒷받침 하는 DFT 계산 결과를 통해서 시뮬레이션 된 결과가 매치됨을 보여주면 더 좋은 증거가 될 수 있다.
계산화학에 대해서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진 않겠지만, 계산 시작할 때 Mg의 산화상태를 +1이라고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돌렸을 때 가능한 결합 길이를 얻을 수 있고, 이것이 실제 크리스탈 구조에서 나온 결과와 비슷했기에 증거로 활용될 수 있었다.
#4. 발전
이렇게 첫 Mg(I) 착물이 공개된 이후, 비슷한 노력들과 여러 운빨(?)로 여러가지 alkali earth 금속의 low-valent 착물이 세상에 공개되게 되었다. 가령,
위는 +1가 산화상태를 가지는 Ca(I) - Ca(I) Sandwich complex이고,
Be(0)으로 확인된 착물도 보고되었으며,
이를 산화시켜서 Be(I) 착물이 몇 년 전에 보고되었다. 그리고 2021년 올해에 Mg(0)가 착물도 보고되기에 이른다.
앞서서는 Mg(II) 착물을 K로 환원시켰지만, 이번 연구에선 Na로 환원시킨 결과, 위와 같은 착물을 얻었다고 한다. 이들 또한 계산화학을 통해서 Mg의 산화상태가 0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Na는 +1). 그리고 이 착물은 benzene 용액에서 서서히 분해되는데, 그 결과로
다음과 같은 Mg-Mg-Mg 결합을 가지는 착물을 얻을 수 있었는데, 비슷한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Mg(I) - Mg (0) - Mg(I) 산화상태를 가지는 착물임이 밝혀졌다. 아주 흥미로운 결과가 아닐 수 없다.
#5. 앞으로 가야 할 길
결론적으로 이들의 연구는 '헤헤 Mg(I) 작고 귀여워.. 헤헤' 하고 연구끝! 할 게 아니라 이것이 발판이 되어 다른 여러 연구결과로 뻗어나갈 수도 있는 가능성을 제시한 것에 중요한 의의가 있다. 예를 들어, 기본적으로 이들은 여전히 반응성이 큰 Mg(I), Mg(0)의 산화상태를 가지기에 다른 물질에 전자를 주고 싶어하는 Reductant, 환원제로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반응을 완전히 못하게는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결과로,
Ge(II) 산화상태의 착물이 Mg(I) 착물에 의해 환원되어 Ge(I) radical을 형성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또한 Mg를 포함하고 있는 효소들이 있는데, 이들의 반응 메커니즘을 연구하는 데에 이용이 될 수도 있겠다. 가령 DNA polymerase β 같은 경우 두 개의 Mg를 active site에 가지고 있는데, 오직 계산화학으로만 이들의 산화상태가 +1일 것이다 라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있기에 실험적으로 이들의 메커니즘을 증명할 intermediate로써 역할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물과의 큰 반응성 때문에 organic solvent에서 반응을 진행시키는 것이 치명적인 단점이긴 하다).
아무튼 여전히 이들 연구는 활발하게 진행중이고, 앞으로도 흥미로운 결과가 많이 보고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나중에 또 멋진 결과들 가지고 포스팅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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