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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증의 글러브박스, 그리고 Schlenk라인, 펌프 오일 갈아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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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을 전공으로 하고 있지만, 가끔 우리는 기계공이 되곤(되어야만 하곤) 하는데, 실험실에서 쓰는 펌프가 오일을 갈아달라고 무언의 신호를 주기적으로 보내오기 때문이다. 

펌프 주변의 오일 색이 새 오일로 갈아달라고 하는 것만 같다

다른 분야도 중요한 분야가 있겠지만, 진공을 잡는건 화학 실험에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고, 이는 이곳 저곳에 장착된 펌프들이 열일하며 공기를 빼주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펌프는 내부의 윤활 작용을 돕는 펌프 오일의 도움으로 내부 마찰이나 열을 빼주곤 하는데, 화학물질을 빨아들이는 펌프 특성상, 혹은 여러 다양한 이유로 (너무 오래 썼거나, 화학물질이 펌프안으로 빨려들어갔거나, 과열되어 오일이 타는 경우 등) 펌프 오일은 수명을 다하여 주기적으로 갈아주어야 한다. 

보통 이 작업은 분기에, 혹은 반 년에 한 번씩 해주는 작업인데, 이는 쉽게 오일의 색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음엔 옅은 노란색을 띠던 오일이 갈색으로 변해가는 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펌프 자체의 성능이 떨어지는 것도 알게 모르게 느낄 수 있다. 아무튼 오일을 갈기로 마음을 먹었으면 최소한 두세명이 함께 펌프 오일 가는 것에 달라 붙어야 하는데, 펌프 무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통 수십kg의 무게를 가지는데 (내 후드에 있던 펌프는 51kg이다), 오일을 갈아주려면 바닥에 있는 펌프를 어느정도 높이에 올려서 기존의 기름을 빼는 작업을 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잘못하다간 허리 나가기 십상이다. 

그래서 우선 기존 기름을 빼준 후에 새 오일을 넣고 바로 끝이 아니라 새 오일을 넣고 좀 돌려주면 찌꺼기처럼 내부에 있던 오일과 섞여서 빠져나오게 되기 때문에 이 과정을 또 몇번 반복해야 한다. 이것의 의미는 펌프를 계속 흔들어주며 (정확히는 기울였다가 말았다 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남은 오일을 빼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몇 번씩 빼다보면

위와 같이 클-린 한 오일이 나오는 것을 확인하게 되는데, 이러면 마지막으로 오일을 표시선까지 채워준 후에 다시 글러브박스든 Schlenk라인이든 연결해서 사용하면 된다. 

이렇게까지 완료하면 보통 3시간 쯤 걸린다. 한 번 하면 수 개월 쯤 쓰긴 하지만 실험과 기타 일정에 치여서 바쁜 우리 대학원생에게 이 과정은 정말 안하고 싶지만 해야하는 귀찮은 과정임에는 틀림없다. 그래도 다시 연결하고 베큠 쎄게 잡는 펌프 성능을 체감하고 나면 하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또 다음에 오일을 갈아줄 수 있는 것 같다. 아무튼 다른 곳에서 펌프 오일 갈고 계신 모든 분들 우리 모두 화이팅해서 베큠 씨게 잡고 실험에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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