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에서 흥미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호기심을 가졌을만한 '면도기는 왜 닳는가?' 에 대한 재료화학적인 관점에서 분석한 연구였는데 작년 8월에 Science지에 나왔고, 결과가 사뭇 흥미로워서 읽어볼겸 포스팅하게 되었다.
https://science.sciencemag.org/content/369/6504/689/tab-figures-data
우선 가장 주된 이유는 칼날에 있는 미세구조가 머리카락을 자르는 과정에서 손상을 입고 (chipping), 그 손상이 계속된 면도 과정에서 누적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 과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연구진은 스캔주사현미경 (SEM)을 활용해서 면도날이 털을 자르는 와중에 어떻게 손상을 입는지 관찰했다. 면도를 하는 과정에서 항상 날의 손상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먼저 관찰할 수 있었고, 날의 손상 (chipping)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털을 자르는 각도, 힘이 주어지는 방향, 날의 구성성분 (구성성분이 고른 정도)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날의 구성성분이 고르지 못한 부분은 앞선 여러 요소들에 의해서 쉽게 크랙이 생길 수 있는데, 이것이 계속 반복 되면서 날카로움을 잃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Stress intensification이라고 하는데, 처음에 여러 이유로 생긴 microcrack이 비단 머리카락 같이 매우 부드러운 물질일 지라도 계속 이런 외부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무뎌질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는 비단 면도날에만 적용 될 것이 아니라 모든 날카로움을 구성하는 것들에 해당되는 내용일 것이다. 주방용 칼이라던가 미용 가위 등 날카로움을 필요로 하는 곳에선 모두 이런 일이 일어나니 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하는 점에서 여러가지가 있겠다. 가령 칼을 항상 자르는 면과 수직으로 잘리게 한다던가 힘을 주는 방향도 수직으로 잘 준다던가 하는 것들이 있지만 사실 일상생활에서 이걸 매번 실천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제품을 생산하는 입장에서는 크랙이 heterogeneous structure에서 생기기 때문에 이를 더욱 homogeneous 하게 만들어 준다면 훨씬 좋은, 날이 잘 닳지 않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예상할 수 있겠다.
https://news.mit.edu/2020/why-shaving-dulls-razors-0806
실험실에서 직접 찍은 SEM 영상들을 위 링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화학 > Chemist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흥미로운 논문, 바이올린 명기들에 숨겨진 화학 조성의 비밀?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어떻게 그렇게 좋은 소리가 나는가?) (0) | 2021.08.28 |
---|---|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촉매는 산업체에 적용 가능할까? (Homogeneous catalyst의 미래) (3) | 2021.06.17 |
과일, 야채 갈변 현상은 왜 일어나는지 화학적으로 알아보기! (0) | 2021.05.26 |
촉매를 바라보는 유기화학자와 무기화학자의 다른 시선 (2) | 2021.05.22 |
복잡하고 다양한 NMR의 종류, 간략하게 알아보기 (COSY, NOESY, DEPT, HSQC, HMBC) (6) | 2021.05.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