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 바나나, 감자 등 많은 과일과 야채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갈변 현상(Browning) 관련 정보글에선 갈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는 방법만 제시하고 왜 일어나는지는 설명이 없어서 찾아보았다.
우선 많은 과일 야채 안에 있는 polyphenol oxidase (PPO)라는 친구가 있는데, 이 효소가 갈변 현상의 주인공이다. poly는 여러개 라는 뜻이고 phenol은 작용기 이름, oxidase는 산화시키는 효소라는 뜻이다. 이 효소가 산소와 만나는 순간 눈에 불을 켜고 자신의 먹잇감(substrate)을 붙들어 산화시켜버리는 친구이다.
이 친구는 반응을 일으키는 활성자리 (active site)에 구리(Cu) 원자를 갖고 있는데, 여기서 산화반응을 촉매하여 먹이로 쓰이는 monophenol 이나 o-diphenol을 이어붙인다. 그래서 polyphenol을 만들게 되는 것이다. 이 반응이 지속되면 만들어지는 멜라닌의 색이 갈색이다. 그래서 절단이나 충격, 압력 등으로 조직에 손상이 가해지는 경우 이 효소가 발동하여 기존 조직을 갈색으로 바꿔버린다.
이것이 과일과 야채의 상품성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많은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처럼 과학자들이 유전자를 건드려서 PPO의 활성을 저해시켜 갈변이 안일어나게 하는 상품도 나오고 있다고 한다. (물론 유전자를 건드리지 않고도 물에 데쳐버리면 효소가 죽어서 갈변이 안일어나지만 누가 물에 데친 사과를 먹고 싶어 하겠는가..)
그리하여 나온 대표적인 상품이 Arctic Apple인데, gene silencing, 그러니까 유전자를 건드려 PPO가 발현되는 것을 막아서 갈변이 안일어나게 한다고 한다. 완전히 없앤 것은 아니고 좀 더디게 갈변이 일어나는 것 같다. 미국 FDA가 2015년에 승인 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나중에는 더 다양한 상품에서도 갈변 현상을 막는 유전적 변형이 이루어져서 상품의 보존성을 높일 것 같다. 신기한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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