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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Chemistry

촉매를 바라보는 유기화학자와 무기화학자의 다른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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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매 연구는 지금까지도 정말 다양하게 연구되고 있는 분야이다. 우리가 진행시키고자 하는 어떤 반응의 높은 에너지 장벽에 터널을 뚫어주는 고마운 존재니까 말이다. 여전히 많은 반응은 낮은 수율과 느린 반응속도로 촉매가 만들어지지 않은 경우가 많기에 계속해서 이런저런 반응에 대한 촉매가 연구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기화학자(organic chemist)도 쓰고 무기화학자 (inorganic chemist)도 쓴다. 심지어 둘 다 metal complex를 사용한다. 그렇다면 유기와 무기의 구분이 모호한 것 아니냐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약간 촉매를 바라보는 관점이 다르다. 역할이 다르다고 해야할까? 이 다른 관점을 이 글에서 다뤄보고자 한다.

우선 유기화학자의 경우 그들의 촉매에 대한 관심은 대체로 촉매를 활용한 반응의 최적화(optimization)에 쏠려있다. A라는 촉매를 사용했을 때 어느 조건에서 어떻게 쓸 때 가장 최적의 수득률을 얻을 수 있는지를 다양한 substrate를 활용해서 얻어낸다.

우리가 새로운 라면을 만들었다고 치자. 그러면 식품 업계 연구원들은 출시 전에 물은 500cc를 쓸지 450cc를 쓸지 결정하거나, 3분 30초 끓일지 아니면 전자렌지에 2분 더 데울지 등을 포장지에 적기 전에 많은 실험을 통해서 결론을 내릴 것이다.

Nature,  2020,  580, 621-627


그래서 이와 관련된 논문들에는 정말로 다양한 substrate와 그들의 수율(yield)이 빽빽하게 적혀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자랑한다. 우리 촉매가 이렇게 선택적이고 수율도 높다고 보여주는 것이라고 보면 되겠다.

Adv. Synth. Catal. 2020, 362, 417-423


물론 이렇게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과정이 녹록치만은 않다. 보통 논문에 나올 정도의 반응은 단순히 넣고 파우더가 생겨서 필터 해버리면 되는 쉬운 반응이 아니고, 보통 여러 부산물(byproduct)가 생겨서 컬럼으로 분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에 표 하나, 한 칸 한 줄에 담긴 노력이 어마어마 할 것이다. 그리고 재현성이 좋아야하니 같은 반응을 여러번 돌려서 편차도 확인해서 제시해야 할 것이다.




무기화학을 하는 입장에선 거의 시간을 '갈아넣는' 노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며 경외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럼 무기화학자들은 무엇에 더 관심이 있는걸까? 바로 메커니즘이다. 유기화학자가 A가 B가 되는 반응에 사용한 촉매 C의최적의 조건을 찾는 연구(methodology)라면, 무기화학자는 어떻게 이 촉매C가 A를 B로 바꾸는지에 대한 연구라고 할 수 있겠다. 이를 연구하기 위해 다양한 분석 방법을 통해서 반응의 과정(catalytic cycle)을 면밀히 관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보통 반응의 속도는 엄청나게 빠르기 때문에 리간드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같은 반응은 일어나게 하되, 반응 속도를 늦춰서 중간체(intermediate)가 더 오래 관찰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의 연구 분야이다. 이렇게 구조 변화를 통해서 오래 관찰 가능해지는 경우 crystallization도 가능해서 실제 분자구조를 관측할 수도 있기에, 반응이 어떻게 흘러가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Chem. Sci., 2019, 10, 10366–10372


마치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를 하듯이 시작선에서 술래가 있는 곳까지 달리기 할 때, 재빠른 애들은 금방 술래 등을 후려치고 도망가겠지만 이런 애들 발에 무거운 아령을 하나씩 매달아 주는 느낌으로 바꿔준다. 그리고 이들을 관찰하면 좀 더 수월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어떤 경로로(직선 경로든 지그재그든 꼬불꼬불이든) 오는지 혹은 중간에 어떤 동작을 취하면서 오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앞선 유기화학자의 라면 예를 들자면 라면이 요리되면서 어떤 변화 과정을 거치길래 면이 익고 국물이 면에 스며드는지를 연구하는 것이라고 보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쪽 관련 논문은 촉매 여러개가 구조가 약간씩 바뀐 형태로(C-1, C-2...) 여러개 제시된 다음 메커니즘을 보여주는 식의 흐름이 많다. 메커니즘의 관찰은 여러가지 분광학 기법(UV, Mass, EPR, X-ray 등)을 활용하여 얻은 스펙트럼을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두 연구 분야는 누가 더 낫다 혹은 멋지다 라고 평가할 수 없다.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서로의 연구를 참고하면서 더 새로운 영역으로, 새로운 도전으로 나아가는 조력자 같은 관계라고 생각하면 좋겠다. 혹시 촉매 연구를 하려는 분이 있으면 이런 방향성을 염두에 두고 연구실을 정하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나는 내 촉매가 전지전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하면 유기방에서 촉매연구를, 나는 내 촉매가 어떻게 일하는지 보여주겠어! 하면 무기방에서 촉매연구를 하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절대적인 기준은 아니니 각 연구실의 논문을 참고하여 읽어보는 것도 당연히 중요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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