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델몬트에서 수 많은 시간 끝에 개발해낸 핑크 파인애플의 판매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FDA 승인을 받고도 산지인 코스타리카에서의 수입 허가가 안나서 고생을 좀 한것으로 보이는데, 어쨌든 정식 판매가 현재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 서부는 Pacific Coast 라는 회사가 유통을 담당하고, 중,동부는 Tropical Fruit Box라는 회사가 담당한다.
나름 여러가지 수식어들이 많이 붙는다. 수확까지 2년이 걸리고, 오랜 연구끝에 개발했으며, 하나 하나 손으로 따서 배송한다는 등 여러 이유로 엄청난 프리미엄이 붙었다. 한 개 가격이 49불이다. 2개 사면 77불, 4개는 129불인가 그렇다 (배송비, 택스 포함). 첫 월급 뽕에 취하고 홍보문구에 혹해서 나도 모르게 사버렸는데 그 후기를 남긴다.
일주일여를 기다린 뒤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에 수업이 끝나자마자 눈보라가 몰아침에도 행여 열대과일님께서 추운 날씨에 바깥에서 오들오들 떠실까봐 날듯이 집으로 왔다.
우선 상자를 들어보니 제법 묵직하여 만족스러웠다. 크기도 크게 바뀌었나보다 감탄하며 역시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렇게 좋습니다 찬양하였지만 이건 포장재로 가득차서 무거운 것이었다는게 함정. 과일 자체의 크기는 비슷하다. 이 실망감을 만회하려는 듯 포장에선 확실히 프리미엄이라는걸 보여주는 핑크핑크한 화려하게 꾸며놓은 것이 돋보인다.
비교를 위해 동네에서 일반 파인애플도 사와서 먹어봤는데 확실히 다른 맛과 장점이 있다. 먼저 달콤한 향이 코를 먼저 간지럽힌다. 마트에선 가까이 코를 킁킁대야 아 향이 나는건가? 싶은데 이건 굳이 내가 고개를 숙이거나 직접 드는 수고를 덜어준다. 이것또한 프리미엄 혜택인가보다. 그렇게 향에 홀린듯 칼을 쥐어 가운데를 갈라보면 심이 일반파인애플의 그것에 비해 굵지 않은데, 질긴 식감이 덜하게 개량된 것으로 보인다. 색 또한 수박을 연상케 하는 선홍빛이 도는데, 이것은 유전자 조작 과정에서 파인애플에 존재하는 라이코펜(토마토의 붉은색이 라이코펜 덕이다)이라는 붉은색 색소를 노란색 베타카로틴으로 바꾸는 효소를 줄인 덕분이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맛은 진하고 푹 익은 단맛이라기 보다는 담백하고 상쾌한 단맛에 가깝다. 무작정 달기보다 충분히 달지만 뒷맛이 깔끔하게 디자인 된 느낌이다. 그래서 덜 텁텁하다. 이미 자체로 달콤한 과일이기에 개발의 방향이 이쪽이었나 싶다. 당도 경쟁을 하는 과일들 사이를 빠져나와 여기 재미없죠? 하며 속삭이듯 스윽 다른 맛의 영역에서 머리를 내미니 맛의 완성, 육각형 재능을 가진 과일에 가까워지려 애쓴 것 같다. 매력이 상당하다.
후숙이 이뤄질지 모르겠으나 나누어 먹으면서 맛이 달라지는지 봐야겠다. 식감은 일반 파인애플의 그것과 같거나 약간 부드러워 씹는 맛까지 좋다. 푹 익은 과일은 달아지긴 하지만 식감이 좀 물러지는 느낌이 있는데 그정도까지는 아니다. 한 번쯤 먹어봄직 하다.
아직 미국 내에서만 유통되고 있다고하는데 한국 갈 날에 몇통 들고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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