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화학 수업을 들으면서 어떻게 생화학 기술이 발전하고 있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예시를 보게 되었는데, 특히 흥미로웠던 것들 중 하나가 PROTACS (Proteolysis-targeting chimeric molecules)이다.
Proteolysis는 단백질을 분해(degradation)하는 과정이다. 쓸모없는 단백질을 다시 활용가능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 이는 자연에서 polyubiquitination을 통해 이루어지는데, polyubiquitination은 단백질을 쓰레기 봉투에 담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substrate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proteasome이라는 일종의 쓰레기차가 수거해가야 재활용 될 수 있는데, 이게 우리가 그냥 버린다고 쓰레기차가 수거해가지 않듯, 태깅을 해줘야하는데 이 과정이 ubiquitination이다. Ubiquitine이 한개만 붙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개가 (poly) 붙어야 쓰레기차인 proteosome이 수거해간다.
쓰레기 수거에 계속 비유를 하자면, Substrate가 E3에 붙으면 쓰레기봉투인 Ub가 E2로부터 전달되게 된다. E1은 쓰레기봉투(Ub) 공급원이라고 생각해두면 좋을듯하다. 이렇게 쓰레기봉투로 덕지덕지 된 substrate를 쓰레기차가 인식하고나면 쓰레기봉투는 다시 재활용된다.
이 개념 자체만 놓고 보면 응 그렇군 하고 넘어갈 수 있겠는데, 이걸 생화학자들이 바꿔 생각하길 '어 Ub만 잔뜩 붙이면 쓰레기차가 수거해가네? 그러면 우리가 없앴으면 하는 단백질에 Ub만 잔뜩 붙이면 알아서 없애주겠네?' 하게 된 것이다. 쓰레기봉투에 뭘 넣었는지 하나하나 다 열어보고 쓰레기차가 수거해가지 않듯 말이다.
그럼 이제 관건은 어떻게 우리가 원하는 단백질에 Ub를 잔뜩 붙일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E3에 결합을 해야 Substrate에 Ub가 달라붙기 때문에, 강제로 E3와 우리가 생각한 타겟 단백질을 연결시키려는 linker를 만들기에 이른다.
E3의 binding site에 적합한 molecule을 linker의 한 쪽에 붙이고, 다른 한 쪽에 타겟 단백질을 인식하는 molecule을 또 붙여서 링커를 만들면 이 두개가 연결이 된다. 그러면 E3에 연결된 상태로 보고 Ub를 잔뜩 붙이기 때문에 proteolysis를 통해서 분해를 유도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얘기를 들으면서 과학자들에게 감탄을 했었더랬다. 이걸 이렇게 응용할 생각을 하다니!
이 연구 이후에 LYTACS / RIBOTACS 등, 체내에서 여러가지를 분해하는 쓰레기차를 이용한 기술들이 개발이 되었다. Lysosome을 이용한 LYTACS은 proteosome과 마찬가지로 protein degradation을 유도할 수 있고, RNA를 타겟팅하는 것이 RIBOTACS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기술이 계속 발전한다면, 우리가 원하지 않는 타겟을 대신 '청부살인' 해줄 수 있는 무기를 갖추게 되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아 마지막으로 하나 더, 기껏 저렇게 연결시킬 linker를 만들어놨더니 이게 생각보다 커서 membrane을 잘 통과 못하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과학자들이 치트키인 click chemistry를 활용해서 membrane 안쪽에 넣기 전에 linker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일단 집어넣어두고 안에서 얘네끼리 결합하게 만든 것이다. 이걸 CLIPTACS라고 한다.
click chemistry는 one step으로 매우매우 선택적인 화학반응을 일으키는 것을 말하는데, 이를 통해서 안에서 얘네끼리 linker를 만들게하고나면 cell membrane도 통과하고 linker로의 역할도 할 수 있으니 금상첨화가 아닌가, 실제로 연구 결과도 있으니 가히 놀랄만한 수준이다. 물론 분자 구조의 한계등으로 모든 linker의 합성이 click chemistry를 통해서 이뤄지진 않겠지만 매우 흥미롭긴 한 연구분야이다. 앞으로 타겟 물질을 체내에서 처리하는 방법이 어떻게 더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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