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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생각

클래식 연주 영상에서 아웃포커싱이 주는 몰입감, 영상미의 극대화 (feat. 코리안심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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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브의 활성화, 코로나 확산 등 많은 이유들로 인해 오케스트라들이 실황영상을 인터넷에 올려주셔서, 실황을 못가는 아쉬움을 이렇게나마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손이 자주 가는 연주 영상이 있을 수 밖에 없는데, 개인적으로 음질과 화질이 특정 클래식 연주 영상을 자주 클릭하게끔 만드는 요소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영상미'의 관점에서는 한 번도 클래식 연주영상에서 큰 흥미를 끌었던 영상도 없었고, 영상미를 크게 바라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당연한 일입니다. 앞선 음질과 화질이 받쳐주지 못하면 영상미가 있고 없고는 당연히 클릭에서 멀어질 수 밖에 없으니까요. 영상미 좋은 320p, 64kbps 영상보다는 4k, flac 음질의 영상미따위 없는 영상에 손이 가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음질과 화질이 대체로 상향 평준화 됨에 따라 영상미를 더한 영상이 올라오려는 시도가 보이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중 하나가 지금 소개해드리고자 하는 코리안 심포니의 올 9월 모차르트 & 멘델스존 연주영상입니다. 8월 코로나 사태가 다시 심각해진 이후로 9월에 있었던 공연이라 무관중 공연으로 진행되어서 아쉬웠던 공연인데, 이렇게 멋진 영상으로 남겨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저만 보기는 아깝기도 해서 (업로드 일주일이 넘게 지났는데 조회수가 1000이 안되는..) 몇자 적어보려 합니다.

youtu.be/krzOxEju1FU

  먼저 이 영상이 인상적이었던 이유를 아래 캡쳐한 사진을 보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위 사진이 이번 영상에서 연주하신 임지영 바이올리니스트의 멘델스존 바이올린협주곡 중 일부를 캡쳐한 것이고, 아래는 힐러리한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협주곡 연주 영상의 일부입니다.

  두 화면의 차이가 느껴지시나요? 둘 다 화질은 나무랄 데가 없이 좋고 선명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큰 차이가 바로 아웃포커싱 여부입니다. 앞선 코리안심포니의 영상엔 전체적으로 협연자 혹은 소수 단원위주로 돌아가는 앵글에서 아웃포커싱을 통해서 전체를 선명하게 하기 보단 피사체를 제외한 배경을 날려버리는 형태로 영상을 찍었습니다. 이는 힐러리한의 영상에서, 혹은 보통의 클래식 연주 영상에서 볼 수 없던 것이라 저에게는 매우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아웃포커싱이 낯선 개념은 아닙니다. 잠시 간략하게 설명드리자면 보통 아웃포커싱은 드라마, 영화 등에서 원하는 대상만을 중점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으로 알고 있습니다. 가령 최근에 종영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한 장면을 보면,

  다음과 같이 앵글이 잡히는 장면을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초점이 바이올리니스트인 박은빈씨에게만 가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선택적으로 초점을 잡고 나머지를 날려버리는 것이 아웃포커싱입니다.

  아웃포커싱은 영상도 영상이지만 사진에서 더 잘 느껴지는 기법이기도 합니다.

f값에 따라서 달라지는 사진의 포커싱과 선명도 참고( 출처: https://digital-photography-school.com/seeing-in-depth-of-field-a-simple-understanding-of-aperture/)

  위 사진을 보면서 뒷 배경의 나무가 f 값에 따라서 달라지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올 7월에 있었던 코리안심포니의 다른 연주 영상 (youtu.be/QXmhf1t5yME) 과도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데, 여기서는 앵글이 협연자를 향해있을 뿐, 배경은 날아가지 않고 뒤까지 선명히 잘 보이게 카메라가 세팅되어있다는 것을 이제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보통 F값인 조리개를 조여준상태라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코리안 심포니의 영상에서 아웃포커싱이 사용된 것을 보면서, 연주영상의 몰입의 정도가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싶었습니다. 모든 앵글이 아웃포커싱은 아니지만 솔로파트를 이렇게 아웃포커싱 처리하는 것은 정말로 좋은 생각이었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했구요.

  이게 그렇게 대단한 차이인가? 싶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유튜브에 나오는 거의 모든 영상은 이런 '포커싱' 보다는 흐르는 선율에 맞게 흘러가는 앵글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많은 영상에서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령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베를린필하모닉 디지털콘서트홀의 영상들도

 

  위와 같이 뒷 단원들이 선명하게 나오는 앵글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번 코리안 심포니영상에서 모든 화면이 아웃포커싱으로 처리된 것은 아닙니다. 아래 사진을 보시면,

이런 앵글에서는 전체를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솔로 파트나 특징적인 선율부분에서 이런 앵글로 잡아서 보여준다. 뒤 호른 주자가 흐릿하게 아웃포커싱 된 것을 볼 수 있다.

  파트를 특정하거나, 주목할 선율이 나오는 연주자의 경우에 이렇게 아웃포커싱 처리해서 더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지않았나 싶습니다.

  과도한 아웃포커싱의 사용은 자칫 영상을 단조롭게 만들 수도 있는데, 중요 부분마다 잡히는 앵글에선 아웃포커싱을 통해서 더 집중해서 감상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영상쪽은 잘 모르지만 이정도로 특정 파트를 아웃포커싱으로 잡으려면 사전에 앵글을 더 철저히 계획하고 잡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고 그 노력이 얼마나 들어갔을지 감조차 잡기 어렵지만, 이런 고퀄리티 영상을 만들어 주셨음에 이 글을 빌려서 감사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여담이지만 영상 전체의 색감도 아주 마음에 듭니다. 연주퀄리티도 좋구요!

  모쪼록 이런 고퀄리티 영상이 앞으로도 많아지길 바라는 마음이고 이런 영상들이 더 많이 해외로도 알려져서 한국의 오케스트라들이 더 유명해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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