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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생각

가을엔 브람스! 코리안심포니 브람스 4번 연주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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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나라에서도 통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가을엔 브람스라는 명제는 우리나라에서 참인 명제로, 11월 11일에 빼빼로 주고받듯 당연해진 느낌이다. 나도 그의 작품 속 스며든 스산함과 선율 사이 빈 공간이 초록잎 떨구고 빈 가지 드러내기 시작한 나무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서 앞선 명제가 상술이든 아니든 브람스를 꼭 찾아듣는 편이다.

이번 코심의 연주도 그 타이밍에 잘 녹아들어 나로 하여금 '어머 이건 사야해!' 하게 만들며 유혹해왔고, 못이기는척 넘어가버렸다. 예당, 롯콘 홈페이지를 자주 들어가면 안되는 이유이기도하다.


브피협 1번은 프로 실황으로는 처음 들었는데, 협연자인 이진상 피아니스트의 연주 또한 처음으로 접했다. 그의 열정적인 퍼포먼스는 자칫하면 나도 자리에서 일어날뻔하게 만들 정도로 멋졌다.

1, 3악장에선 거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날듯, 2악장에선 거의 눕다시피하며 건반과 한 몸이 되듯 어루만지는 테크닉에 오케는 신경쓸 겨를도 없이 40여분이 흘러갔던 것 같다. 그의 연주 말미에서야 피아노가 오케가 끝나기에 먼저 끝나서 약간의 텀이 생긴다는 걸 알았다. 차피협처럼 오케와 같이 끝나며 건반에서 손을 떼는 카타르시스가 없다는 게 아쉽긴하지만 연주는 정말로 좋았다.


브4는 정말로 속도감 있는 연주였다. 지금껏 들었던 어느 음원보다도 빨랐는데, 기존에 듣던 루바토 빵빵하게 들어가서 '커헉, 흐헉, 으햐' 하며 철렁하게 하는 연주들과는 달리 담백해서 매우 신선했다. 이 나름의 매력이 또 좋았다.

딱딱한 말렛으로 시원하게 뚫고 나오는 팀파니를 등에 업은 3악장은 가을이고 뭐고 상관없이 씩씩하게 헤쳐나가는 사회초년생 같은 느낌이었다. 물가의 한마리 학처럼 우아하게 지휘하는 것만 같던 정치용 지휘자의 적극적인 디렉팅도 좋았고, 여기에 열과 성을 다해 연주해주신 단원분들 덕분에 이 또한 몰입해서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센치하다고만 생각했던 곡에서 용솟음치는 에너지를 느낄줄이야. 출국생각에 싱숭생숭한 요즘, 오늘 연주 덕분에 다시 활기를 얻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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