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사랑이란 무엇일까

728x90



사랑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했던 밤이 있다. 처음 서로에게 호감이 가득하던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시간들을 되짚어보며 왠지모를 아쉬움을 느낀 밤에 시작된 고민이었다.


처음 우리 서로는 새로산 핸드폰처럼, 노트북처럼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어떻다는 둥 속도가 어떻다는 둥 혹은 어플이 어떻다는 둥 하며 정신없이 이 기계의 기능을 익히려드는 모습과 비슷했었지 싶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나면 낯설면서도 설레게 했던 여러 어플들을 자연스럽게 뚝딱뚝딱 다루게 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들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나의 사랑은 외줄타기 같이 늘 휘청휘청하며 너에게 가려했던 것 같다. 내가 행여나 떨어질까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때에 넌 어느새 나의 외줄 아래에 그물을 쳐놓고 태연히 앉아서 마치 내가 언제쯤 떨어질지 지긋이 올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혼자 휘청이다 줄에서 떨어져 정신을 차려보면 빙긋 웃으며 고생했다는 듯, 애썼다는 듯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한 네 모습에, 그 여유에 놀랐던 적도 있다. 가만히 널 보고 있자면 나는 왜 그간 제 발로 외줄로 올라가 너에게 다가가려했는지, 왜 내가 내려가지 않고 휘청이는 외줄로 너를 끌어들이려 했는지 내 스스로가 의아할 때도 있었다. 느긋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훨씬 더 낮은 곳에 있다는 걸 너는 내가 떨어지고 깨달을 때까지 긴 시간동안 조용히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내가 스릴러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라서 그럴까, 삶에서 큰 자극을 찾으려고 사랑도 외줄을 타려해서 그랬던걸까. 가끔은 널 찾으러 아직도 외줄을 타려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어 혼자 부끄러웠다.


이젠 나도 네가 있는 넓은 그물에 몸 편히 뉘여서 여유를 즐기는 것 같다. 내 좁은 마음 속 외줄은 당분간 그대로 위에 걸쳐놓아야겠다. 우리 같이 그 외줄 올려다보며 우리 그땐 저 위에서 신나게 놀았었다며 가끔 키득댈 수 있게.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