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무엇일까에 대해서 고민했던 밤이 있다. 처음 서로에게 호감이 가득하던 시간이 흘러 서로에게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 시간들을 되짚어보며 왠지모를 아쉬움을 느낀 밤에 시작된 고민이었다.
처음 우리 서로는 새로산 핸드폰처럼, 노트북처럼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것 같다. 새로운 인터페이스가 어떻다는 둥 속도가 어떻다는 둥 혹은 어플이 어떻다는 둥 하며 정신없이 이 기계의 기능을 익히려드는 모습과 비슷했었지 싶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나면 낯설면서도 설레게 했던 여러 어플들을 자연스럽게 뚝딱뚝딱 다루게 되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며 서로가 서로에게 배어들었던 것 같다.
되돌아보면 나의 사랑은 외줄타기 같이 늘 휘청휘청하며 너에게 가려했던 것 같다. 내가 행여나 떨어질까 종종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가던 때에 넌 어느새 나의 외줄 아래에 그물을 쳐놓고 태연히 앉아서 마치 내가 언제쯤 떨어질지 지긋이 올려다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혼자 휘청이다 줄에서 떨어져 정신을 차려보면 빙긋 웃으며 고생했다는 듯, 애썼다는 듯 어깨를 토닥여주는 듯한 네 모습에, 그 여유에 놀랐던 적도 있다. 가만히 널 보고 있자면 나는 왜 그간 제 발로 외줄로 올라가 너에게 다가가려했는지, 왜 내가 내려가지 않고 휘청이는 외줄로 너를 끌어들이려 했는지 내 스스로가 의아할 때도 있었다. 느긋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훨씬 더 낮은 곳에 있다는 걸 너는 내가 떨어지고 깨달을 때까지 긴 시간동안 조용히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내가 스릴러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라서 그럴까, 삶에서 큰 자극을 찾으려고 사랑도 외줄을 타려해서 그랬던걸까. 가끔은 널 찾으러 아직도 외줄을 타려는 내 모습을 발견할 때가 있어 혼자 부끄러웠다.
이젠 나도 네가 있는 넓은 그물에 몸 편히 뉘여서 여유를 즐기는 것 같다. 내 좁은 마음 속 외줄은 당분간 그대로 위에 걸쳐놓아야겠다. 우리 같이 그 외줄 올려다보며 우리 그땐 저 위에서 신나게 놀았었다며 가끔 키득댈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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