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몽실이가 죽었어'
학원에서 수업하다가 동생에게서 연락이 왔다.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냐면서 동생을 나무랐다. 3일 전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애가 죽긴 뭘 죽냐면서.
근데 넌 그렇게 가버렸다. 급성 장염인 것 같았단다. 그 이후 남은 서너시간 수업을 어떻게 보냈는지 기억이 안난다. 황급히 집에 왔을 땐 가족들이 너를 뒷산에 묻어주고 왔노라는 이야기만 들었다.
네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도어락 비밀번호누를 때부터 꼬리 흔들며, 짖으며 달려오던 너의 살가움을 이젠 더 볼 수 없게 되었다. 앞다리를 들고 서며 반가워하는 널 번쩍 들어안고 신발을 벗어야 할 것 같은데 가족들의 목소리만 공허하게 현관에서 날 맞이했다.
자는 동안 내 발치에서 같이 누워서 자던 네 모습도 이제 사진 속에만 남아 있다. 악기 하면 옆에서 울어대던 모습도, 밥 먹을 때 자기도 달라며 의자에 발을 걸치고 꼬리를 흔들던 모습도 볼 수가 없다. 덕분에 우리집은 퍽 조용해졌다. 오줌 쌌다고 널 혼내는 엄마의 모습도, 산책 나갈까 싶어서 양말만 신어도 내 주위를 뱅뱅 돌던 모습도 이제 과거형으로 이야기 해야한다.
그렇게 조용해진 우리집은 이 평온한 공기가 썩 달갑지 않고 어색하기만 하다. 이렇게 비오는 날엔 산책나가자고 보채는 너를 안고 창가를 보여주며 산책이 안되는 이유를 설명해줘야 할 것 같은데 비 많이 오네, 태풍도 온대 하며 몇 마디 주고받고 마니 뭔가 하다 만 느낌이다.
네가 알아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너에게 종종 다음 생에는 사람으로 태어나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산책 갔다가 네 발에 가시가 박혔던 날, 연신 발만 핥아대던 널 보던 때에 그랬다. 꼬리 흔들고 빤히 쳐다보는 것만으로 너의 모든걸 이야기 할 수 밖에 없던 모습에 가끔씩 안쓰러워질때도 그랬다. 이번에도 똑같이 그랬다.
네가 우리와 함께 하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는 모르겠다. 유기견으로 살았을 때 보다는 낫지 않았을까. 널 한 번 잃어버렸던 적이 있다. 중랑천에서 산책시키다가 신나서 이리저리 뛰놀던 널 엄마가 놓친 탓이다. 다음날엔가 넌 경기도어디의 동물보호센터에서 찍은 사진으로 올라왔다. 한달음에 달려간 덕분에 너무도 다행히 금세 우리 집으로 돌아오며, 우리가 널 버렸던 것이 아니었음을 이해해줬으면 했던 기억이 난다. 집에 도착하고서야 마음이 편해진듯 넌 죽은듯이 곤히 잠에 들었다.
살만큼 살다가 무지개 다리를 건넜으면 우리가 조금 덜 미안했을까. 네가 조금 더 행복했을까 하는 쓸데없는 생각들이 여전히 머릿속을 휘젓고 다닌다. 거기선 꼭 아프지말고 오래오래 살아라. 맛있는거 많이 먹고 산책도 많이 하고.
이제 우리 가족은 너 없던 때의 모습으로 다시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생각이 덜 나겠지라는 막연한 기대만 품은채로 말이다. 그 때까진 네가 만들었던 여러 소음들이, 너를 안았을 때 느꼈던 촉감, 냄새, 온도 같은 것들이 그리울 것 같다. 난 이제 강아지 못키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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