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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핫도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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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득이하게 늦게까지 연구실에 있다가 진작에 실험을 일찍 끝내지 못했음을 자책하며 돌아가는 길은 항상 배가 고프다

가장 손닿기에 가까운 서랍엔 카페인 충전을 위한 스틱 카누만 잔뜩있고 출출함을 달래기에 손가락만한 초콜릿 몇개는 더 허기지게 할 것이 뻔하기에 집어들지 않는다

이런 상태로 연구실을 나서면 몇 가지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역까지 걸으며 지나치는 gs편의점 3군데와 cu, 세븐일레븐 각각 한개씩이다.

집에 가고싶은 마음이 더 크면 무사히 여기까진 지나치는데 내리고서 보이는 핫도그가게가 문제다. 늦은 시간에는 기다리지 않아도 남은 핫도그가 보온되어 진열되어 있기에 지나치지 않을 수 없다.

머릿속에선 지금 사먹으면 살이 찐다와 그래도 먹어야한다는 두 생각이 사투를 벌이는 가운데 솔로몬 같은 답을 내리기를 여기서 한개도 안 남아있으면 그대로 집에 가기로 한다. 하지만 여태까지 한번도 이 가게는 날 빈손으로 돌려보내지 않았다. 결국 이번에도 다 먹고 살자고 하는일 아니냐며 속으로 되뇌며 카드를 꺼낸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어떤 핫도그가 남아있을지 모른다는 것이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체다치즈가 있을수도 있고 소세지만 들어있을수도 있는 것이다. 아무렴 배고파서 들어온 이상 뭔들 입에 못 집어넣으랴..

계산을 하고 핫도그를 설탕을 안묻힌다고 하며 받으들면 적당히 소스를 휘휘 지그재그로 두어개쯤 뿌리고 휴지를 한바퀴 감아 조심스레 수평을 유지하며 나와야한다. 마감시간에 바닥 청소를 다 해서 소스가 떨어지면 죄송하기 때문이다.


길에 나온채로 걸음을 멈추고 이제 한입 크게 베어물면 그 만족감은 입안 가득 찬 핫도그만큼이나 차오른다. 나중엔 이거 먹자고 야근을 하는 건 아닐까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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