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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사소한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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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케스트라 단장을 내려놓으면서 가장 좋았던 것은 더이상 어떤 행사나 일에 대해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단장을 하면서는 연습을 할 때도 첫 연습, 시험 기간 중 연습 항상 어떤 식으로든 수식을 달아서 밋밋하지 않게 만들어야 했고 음캠, 리허설, 연주회 그 외에 창립제 엠티 등등에 많은 의미를 부여해야 했다. 단장을 두 번 그러니까 2년간 하면서 그런 의미 부여에 지쳤던 것 같다. 의미를 굳이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일이 그래서 난 너무 좋았다.



  그러다가 우연히 수업에 어느 기업에 다니고 계시는 한 분이 강연에 멘토로 오셨다. 여러 다른 분들도 많이 오셨었는데 그 분이 유독 기억에 남는 이유는 최근 내가 가지고 있던 이런 의미 부여에 대해서 한번 되새겨 볼만한 말씀을 해주셨기 때문이다.


  그 분은 이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한 번은 제가 일하는 곳에 화장실을 보신 회장님께서 오시더니 깨끗하지 않다면서 저와 제 위에 상사에게 화장실 청소를 하라고 하셨어요. 자그마치 한 달을 말이지요. 원래 맡은 일이 그게 아닌데 그 기간 동안 하게 되면서 참 내가 뭐하는건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근데 제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대학생 때 워킹홀리데이를 다녀왔었거든요. 거기서 일을 하게 된 것 중에 하나가 화장실 청소였어요. 그 당시에는 여행 경비를 벌기 위해서 한 것이었어요. 근데 워낙 그 때 돈을 받으려고 한 일이다보니 기업 들어와서 화장실 청소를 했을 때도 잘할 수 있게 되더라구요. 그리고는 화장실 청소 매뉴얼까지 따로 정리를 하고, 고객들의 심정에서 화장실의 사용에 대해 생각하게 되더라구요. 그래서 나중에는 다른 분이 이를 눈여겨 보셨는지 다른 업무도 맡게 되면서 지금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화장실 청소라는 것이 사실 '노동'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하기가 쉬운데, 그런 곳에서 연결고리가 생긴다는 것을 느낀 것이 자신의 인생에 큰 깨달음이라고 말씀하셨다. 나 또한 그 이야기에서 느낀 것은 내가 이전에 단장을 하면서 지쳤던 이유는 의미를 찾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만들려고 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내 스스로 느끼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좀 더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했기 때문도 있겠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서 진정한 어떤 의미를 전달하려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사소한 일에서도 하기 싫다고 투덜대기 보다 언젠가 자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임하는 것이 스트레스도 안 받고 정말로 연결 되기도 하기 때문에 마음가짐을 달리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스티브잡스가 했던 연설 중에 connect the dot 이라는 말을 곰곰이 나도 기억하면서 지내는 편이다. 오늘 또 생생한 경험담을 들어서 다시한번 나의 마음가짐을 다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나도 예전에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경험이 가끔 연결되는 것을 느낀 적이 있다. 고3 때 서울대에서 하는 빅데이터 관련 강의를 들으러 갔던 적이 있다. 그 때는 그게 뭔지도 잘 모르고 듣다가 온 기억이 나는데, 요즘 대세가 빅데이터이기도 하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분야가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는 분야여서 아예 모르는 것 보다는 어느정도 마음이 열려있다고 해야하나? 좀 더 다가가기 쉽게 느껴지는 것 같다. 결론적으로 앞으로 겪을 일에 대해서 사소하더라도 성심성의껏 일을 진행하면 좋은 결과가 시간이 많이 지나서라도 나타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2016. 0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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