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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클래식

도대체 몇명이 연주를? 저 악기는 또 뭐야? 서울시향, 그리고 오스모 벤스케의 말러 2번이 기대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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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2월 14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서울시향은 오스모 벤스케의 지휘로 말러 2번을 연주한다. 한국에서는 작년 말 코리안심포니의 말러 2번 연주 이후로 약 세달 만에 연주되는 프로그램이고, 서울시향의 연주만 따져보면 정명훈 음악감독이 14년에 했던 연주 이후에는 6년만이다. 

말러 연주는 그 연주 주체가 누구든지 그의 곡을 연주한다는 것 자체로 어떤 기대감을 품게 하는데, 여기에 서울시향의 네임벨류가 덧붙여져 기대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미 대부분의 좌석이 매진 되었다고 들었다. 

2월 14일 연주는 R석만 남았다..15일도 R석 21매 S석 5매 2월 8일 기준

이런 매진에 가까운 열기가 매우 놀랍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말러 팬들이 많았나 싶을정도. 한편으론 매진에 가까운 열기의 이유가 우선 대편성의 곡인 것이 첫 번째 이유인 것 같고, 두 번째로 긴 러닝타임을 가진 곡으로써 프로 연주자들에게도 결코 녹록치 않기 때문에 연주 자체에 대한 도전을 보고자 하는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이번 프리뷰에서는 개인적으로 말러 2번을 대하는 내 생각에 대해, 그리고 이것과 관련된 경험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한다. 

나에게 말러 2번 교향곡은 1, 5, 6번 다음으로 듣게 된 네 번째 말러 교향곡이다. 2번은 이번 연주를 들을 기회가 생기기 전까지 매우 멀게만 느껴진 곡이다. 1, 5번은 순수 기악 교향곡이기에 생각보다 빨리 귀에 익혔고, 프로, 아마추어 가리지 않고 심심치않게 연주도 보여서 비교적 자주 접했던 공연이고, 6번도 빈도는 1, 5번보다 낮긴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보이진 않는 정도여서 멀지 않게 느껴지는 곡이었다. 다른 나라의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는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생 오케스트라로 구성된 오케스트라를 중심으로 말러연주는 심심치 않게 보이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연세대 유포니아에서 말러 1번을 했던 적이 있고, 말러리안, 가우디움 그리고 최근엔 프로젝트말러 등 여러 아마추어 단체들에서 말러 1, 5번을 꽤나 성공적으로 연주한 바 있다.

그렇다고 2번을 아예 들을 생각조차 안했냐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2번 음원은 진즉에 핸드폰에 넣어서 가지고 있었다. 정명훈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의 실황음반이다. 하지만 그 곡에 대한 명성과 긴 러닝타임으로 인해서 최근까지 집중해서 들을만한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클래식을 접한지 오래지만 새로운 곡을 귀에 익히고 내가 좋아하는 곡인지 아닌지 판단하고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은 여전히 긴 시간을 요하는 일이라는걸 다시 깨닫게 만든 곡이다.

이는 마치 어느 가수의 콘서트에 가서 노래를 따라부르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좋아하는 가수의 콘서트에 가면 마이너한 곡들도 모두 가사를 꿰고서 같이 따라부르든 혹은 속으로 따라부르든 가사를 알고 있기에 더 콘서트에 몰입할 수 있는 것처럼, 클래식도 내가 기억하고 있는 선율이 있고 음원으로 듣던 것이 눈 앞에서 연주하는 모습과 함께 감상하게 될 때 그 카타르시스가 더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렇게 묵혀둔 2번을 본격적으로 접하게 된 것은 얼마전의 제주도 여행을 가게되면서부터이다. 보통 자주 듣는 곡은 여러 기억이 겹쳐서 곡과 다른 기억이 함께 오버랩 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말러 2번은 이번에 워낙 놀라운 경험을 해서 여기에 적어본다.

 김포공항에서 제주까지 한시간 남짓 걸리는 비행시간을 생각하며 기내로 들어온 다음이었다. 오전 비행기라 적당히 듣다가 자야지 하는 생각에 맞춰 무엇을 들을까 싶다가 별 생각 없이 틀게 된 곡이 말러 2번이었다. 귀에 익숙치 않으면 속으로 따라 흥얼거리지 않아서 금방 잠이 오기 때문인 것도 하나의 이유이다.

처음엔 1악장의 격렬한 사운드를 듣다가 조용한 부분에서 잠에 빠졌던 것 같다. 그러다가 문득 잠이 깨서 보니 아침 비행기를 탔던 내 눈앞에 느즈막히 트는 아침해가 보이고 귀에는 4악장이 흐르고 있었다. 그 선율은 마치 이런 풍경을 위해서 작곡된 것만 같았다. 이 눈과 귀를 모두 만족시키는 환상적인 조합을 접하게 된 것이 비록 우연이었어도 워낙 인상적이어서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나중에야 확인한 가사이지만 4악장에서 마지막에 소프라노가 이렇게 노래한다.

나는 하나님에게서 왔으니 사랑의 하나님에게 돌아가리라
사랑의 하나님은 내게 빛을 비추시리라. 복되고 영원한 생명을 얻기까지 비추시리라

출처: https://hdqwalls.com/airplane-dawn-dusk-flight-sunrise-sky-wallpaper

내가 본 장면과 가사가 너무도 가사와 잘 맞지 않는가? 들을 당시에 가사까지 찾아볼 겨를이 없어서 생각치 못했으나 검색해보니 가사까지 이렇게 잘 맞을 줄이야! 가사의 정확한 내용을 몰랐더라도 그 소프라노의 음색과 비행기에서의 풍경은 나를 말러 교향곡 2번 안으로 불러들이기에 충분했다.

그리고 비행기가 땅으로 착륙하면서 덜커덩 거림과 함께 시작되는 5악장의 그 폭풍같은 느낌은 정말로 천국을 경험하다가 일상 생활로 돌아온 느낌이었다. 여행객으로 북적이고 바빠보이던 공항의 느낌. 그 너무도 잘 맞았던 4, 5악장의 느낌과 내가 본 풍경이 말러 교향곡을 깊숙이 내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었다. 몸은 제주공항에 왔지만 마치 실황을 눈앞에서 보는것만 같은 느낌.

출처: https://financebuzz.com/worlds-busiest-airport-named

그 이후로는 전혀 거부감 없이 말러 2번을 듣고 있다. 실황으로 들으면 더 집중해서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여러 유튜브 영상에서 보이듯 정말로 손에 꼽히게 거대한 악기편성과 합창단까지 참여하는 방대한 스케일의 연주는 국내 뿐만 아니라 세계 어디에서도 자주 연주되지 않는 만큼, 실망하지 않는 인상적인 연주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국내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서울시향이 아닌가. 다가오는 연주가 더더욱 기대되는 이유이다. 

팀파니 여덟 짝, 보이는 트럼펫 주자만 일곱 명, 트럼본 넷이다. (https://youtu.be/rKrsEbjXYX8)

특히나 개인적으로 아마추어 말러 연주에서 아쉬웠던 점 중에 하나인 두꺼운 현악기 라인의 사운드, 쫀득쫀득한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것이기에 현악기로 귀가 호강 하는 기회도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말러가 듣기에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2번 만큼은 추천하고 싶은데, 그 편성이 흔히 아는 낭만의 편성을 가볍게 넘어서는 편성인 만큼 보는 재미가 쏠쏠한 연주 관람이 될 것이다. 여러 악기들의 연주만 눈여겨 보아도 어느새 한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눈 깜짝할 새 지나있지 않을까?

이것이 여러개의 나뭇가지로 타악기 역할을 하는 루테(Rute)이다. 3악장에 가끔씩 나온다
차임 벨 두세트
징 같이 생긴 악기를 탐탐이라 하는데, 이게 크기별로 들어간다. 그리고 뒤를 바라본 오르간 주자와 합창단 등 이들 모두가 14, 15일에 롯데콘서트홀을 장식할 예정이라니! (연주 사진 출처: https://youtu.be/rKrsEbjXYX8)

참고

프로그램 노트

 

말러 교향곡 2번 ‘부활’

[BY 서울시립교향악단] 글 진회숙 음악 칼럼니스트구스타프 말러(1860-1911), 교향곡 제2번 ‘부활’(18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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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자 입장에서 바라본 말러

 

연주자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말러

[BY 서울시립교향악단] 오케스트레이션의 달인 ‘말러 선생님’의 세심하고 꼼꼼한 잔소리말러의 교향곡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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