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

배드 지니어스

728x90

스포일러 포함

 

어릴 적에는 크게만 느껴졌던 금액이 나이를 먹으면서는 전혀 크게 느껴지지 않는, 점점 더 무덤덤해지는 느낌은 누구나 나 다 해봤을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용돈만 받아도 즐겁던 어린 시절에서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경험한 것들이 많아지면서 이젠 같은 금액을 받아도 큰 감흥이 없어지는 걸 요즘도 계속 느낀다.

 

이 영화에 나온 주인공이 느꼈을 고등학생 때의 그 돈은 얼마나 크게 느껴졌을까? 영화의 배경인 태국의 물가를 잘 모르긴 하지만, 학생입장에서 벌기엔 큰 돈을 시험정보를 유출하면서 벌 수 있다는 것은 정말로 큰 유혹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방법도 신박하다. 피아노 곡들의 멜로디로 오른손을 두들기면 이걸 보고 다른 친구들이 답을 적는 방식이라 위험부담도 적다. 

 

하지만 결국 욕심은 욕심을 낳게 되고, 결국 부정행위가 걸리게 되는 과정이 두 번의 시험에서 반복되면서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이 과정에서 시험정보를 조직적으로 유출하고자 했던 전략도 크게 별다른 액션신이 있는 것도 아닌데 긴장감으로 몰아넣기에 충분하고 나도모르게 도망가는 주인공에 몰입하여 안잡혔으면 하는 심정으로 보고 있더라.

 

씁쓸했던 점은, 고생은 고생대로 다 한 주인공은 시험 무효처리가 되어서 대학에 입학하려면 다시 시험을 봐야만 하고, 돈 있는 집안 자제들은 룰루랄라 성공적으로 시험을 마무리 하게 된다. 마지막에 주인공이 부정행위를 고백하러 가면서 이야기가 끝이 나는데, 그 이후 이야기는 나오지 않지만, 어쨌든 수혜자들도 실력이 없기 때문에 어느 시점에서 추락하냐일뿐 성공이 결코 보장되지는 않는 다는 것을 넌지시 암시하는 듯 하다.

 

이런 자본주의의 유혹에 넘어가면서 나타나는 대표적인 장면들은 부당하게 벌어들인 돈으로 자신이 아끼는,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쓰며 베푼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셔츠를 바꿔준다던지, 세탁소의 세탁기들을 새것으로 교체한다던지 하는 것들 말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건 정당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주인공도 알고 관객도 아는 바, 저렇게 얻은 물질적 부는 과연 행복으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이런 장면들이 수 많은 영화에서 계속해서 반복되는 것은,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더 높은 계층으로, 더 좋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없다는, 사회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