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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퍼펙트맨, 여인의 향기와 업사이드 그 중간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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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말이기도 해서 영화를 뭘 볼까 하다가 퍼펙트맨이 보여서 단숨에 결제하고 보게 되었다. 일에 치이고 공부에 치여서 그런지 깊은 감동이나 스토리가 복잡한 것보다는 포스터만 봐도 편하게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영화여서 더더욱 그랬다. 그랬음에도 보고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어서 정리할겸 포스팅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설경구는 로펌에서 엄청난 수임료를 받으며 말도 안되는 사건도 뒤집어 버리는 사악한 변호사역할로 나온다. 하지만 불의의 사고로 전신마비와 더불어 두달 남짓 남은 시한부 인생이라는 비극적인 결말을 앞두게 되고, 회사와 기타 재산등을 정리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중 건달로 나오는 조진웅은 사고를 쳐서 사회봉사를 명령받게 되고, 설경구가 요양하고 있는 곳으로 향하며 두 사람의 거래로부터 진행되는 이야기가 주요 줄거리이다. 영화를 다 보고나니 이전에 본 두 영화가 스쳐지나갔다. 맹인으로 나오는 여인의향기,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언터쳐블 1%의 우정이라는 영화로 나오는 업사이드라는 영화이다.

퍼펙트맨까지 세 영화의 공통점은 멀쩡한 사지를 갖고있지만 경제적으로 부족한 주인공이 부를 가지고 있지만 늙고 병든 다른 주인공과 만들어내는 시너지라는 점이 같겠다. 모두 어떤 사건에 의해서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되고, 여러 사건을 통해 깊은 교감을 나누며 모두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 점 때문에 여인의 향기, 업사이드를 본 분들이라면 나처럼 퍼펙트맨의 두 주인공이 만나면서부터 비슷하게 흘러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특히 가장 강하게 오버랩 되는 장면은 두 주인공이 스포츠카를 타고 여행하는 장면이었다. 심지어 차도 둘 다 빨간색 페라리이다. 처음엔 조진웅이 운전하지만, 나중엔 설경구가 운전석에 앉아있는 장면이 나오는데, 알고보니 트럭에 실린 자동차의 운전석에 앉아 '기분을 낸' 것이다. 여인의 향기에서는 실제로 알파치노가 맹인임에도 불구하고 한적한 길을 파트너의 도움으로 운전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물론 나중엔 경찰에 제지당한다. 맹인이 아닌 척 태연하게 경찰을 돌려보내는 것이 포인트.

 

이걸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이미 이런 각본의 영화를 촬영하면서 감독도 여인의향기와 업사이드는 당연히 고려했을 것이며 어떻게 차별화 할지에 대해서 생각했을 것 같다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우리 영화만의 색깔을 녹여내겠다는 자신감이었다. 수 많은 스포츠카 브랜드 중에 굳이 같은 페라리를 보여줬다는 것부터가 강제로 상기시키려고 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펙트맨이 가지는 장점은 적절한 코믹의 요소를 어쩌면 진부할 수도 있는 주제에 잘 녹여내었다는 것이고, 줄거리가 지나치게 복잡하게 흘러가지 않아서 밝고 기분 좋게 볼 수 있다는 것이겠다. 한국영화를 보다가 흔히 우려하게 되는 불필요한 사랑이야기가 들어간다거나 하는 것 없이 포인트만 잘 짚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비슷한 주제의 영화가 세 편이나 나왔으니 이제 이런 '류' 의 영화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결국 퍼펙트맨에서도 조진웅은 건달 생활을 청산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는 동기를 얻었으며, 설경구도 삶을 마감하기 전 좋은 기억들을 남기며 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적절히 재밌고, 적절히 감동적인 영화였다. 간만에 재밌게 봐서 기분이 좋다. 다른 분들도 보시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다. 세 영화는 궤를 같이하는 만큼 다 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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