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포함
JOKER, 2019
개인적으로 재미라는 면에서만 조커를 평가하라면 재밌는 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만, 보는 내내 불편한 영화이고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는 점에서 조커는 볼만한 가치가 있는, 의미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런 점에서 재미까지 잡았던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지기도 했다. 주인공인 조커에게는 정말로 많은 불운이 함께 하는데, 웃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웃음이 발작적으로 나오는 장애와, 장애를 가진 어머니, 가난한 집안 환경, 출생의 비밀 등 모든 불운이 겹쳐진 캐릭터로 나온다. 이런 환경에서 조커가 가진 질병이 아니었으면 조커는 아마 금세 우울증으로 죽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불운한 환경이다. 아마도 조커가 극을 끝까지 이끌어 나갈 수 있던 건 그가 가지고 있던 발작적인 웃음이 어느정도의 긍정적인 역할도 했던 것이 아닐까 싶은 모순된 생각마저 들었다.
우연치 않게 같이 광대로 근무하던 동료에게 받게 된 총은 지하철에서 발사한 그 사건 덕분에 그를 일약 슈퍼스타로 만들어주기에 충분했고, 그의 추종자들이 마지막엔 폭동을 일으키게 만들정도의 역할을 하게 해주는 도구가 된다. 총구가 자신을 향했어도 아무로 뭐라 하지 못했을 것 같은 환경에서 다행히(?) 바깥을 겨냥한 덕에 다른 사람들도 덕을 보게 된 셈이다. 왜 그 동료가 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인생의 전환점을 만들어 주기 위해 저 정도로 강력한 무기가 있어야만 했었던가 라고 생각해보면 또 안타깝기도 하다.
결국 조커는 방송에 출연해서 자신을 조롱했던 MC를 쏴죽이게 되는데, 몇가지 의아한 점이 있긴 했지만 (방송국에 총기 검사 없이 입장 가능했던 점이라던가, 경찰이 늦게 출동했다던가 하는) 그래도 관객의 입장에서 통쾌하다는 점은 부정할 수가 없다. 굳이 방송으로 대놓고 조롱당하지 않더라도 영화에서처럼 흔히말하는 '인싸'의 혀놀림에 놀아나는 '아싸'라는 시각으로 단순화해서 본다면 일상 생활에서 누군가는 겪어봤고, 그래서 영화에 더 공감했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런 불운한 삶을 살 수 밖에 없던 사람들에 대한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도 분명히 중요하게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이다. 조커를 상담해주던 상담가도 극의 중간 쯤 예산이 삭감되어서 이번이 마지막 상담이라고 하며 치료 중단을 알리게 되는데, 결국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했던 그 마저 없어지게 되는 나약한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는 것이 국가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p.s : 여담이지만 조커는 허약해보이는 그 체격에도 달리기는 무척 빨라서 단 한번도 잡힌 적이 없다. 포스터로 들어간 계단에서 춤추는 신에서도 경찰을 여유있게 따돌리는 달리기 실력을 보이지만, 극의 초반에 광고판을 빼앗아간 꼬맹이들에게 당하는 것을 보면 광고판 뺏긴 다음 운동을 따로 했나 싶을 정도이다. 의아하게 생각했던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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