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소타에서의 두 번째 겨울을 맞이한 어느 날, 오늘은 무슨 노래를 들을까 하다가 겨울특집으로 꾸며보고자 했다. 유튜브의 신기한 알고리즘이 은근슬쩍 캐롤 메들리를 노출시켰기 때문인 것도 있겠다. 가요는 실험실에서 노동요로 많이 들으니 차치하고 클래식을 듣자, 하는 생각에 아는 겨울 클래식들을 이것 저것 불러모았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1번 등. 그리고 빼먹을 수 없는 곡이 쇼팽의 겨울바람이겠다.
쇼팽까지 음악이 흘러오고 나니, 아 이런 유려한 선율이 겨울에 어울리나 싶은 생각이 문득 들었다. 몇 시간 전에 집에 들어오면서 날씨가 춥다는 볼멘소리를 되뇌이며 돌아왔기 때문이리라. 이런 생각은 꼬리를 물고 쇼팽이 에튀드를 작곡할 당시 살았던 곳과 그 곳의 겨울 기후까지 검색해보게 만드는데, 결론은 역시 미네소타가 더 춥다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쇼팽이 미네소타에서 있었으면 저런 유려한 선율이 절대 나오지 못했을 것 같다는 생각마저 들게 했다. 아마도 낭만 작곡에서 현대 작곡풍으로 급격하게 넘어가는 시발점이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마치 쇼스타코비치처럼 말이다.
비단 작곡 뿐만 아니라, 기후가 사람의 생각에 영향을 정말 많이 미친다는 것을 올해 많이 느꼈다. 여기엔 기온의 영향도 있을 것이고 흐린 날이 많아서 햇빛을 많이 못본 것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대학원 준비를 할 때도 아 나는 꼭 서쪽으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하게 만들었다. 일년 내내 20도 전후의 기온으로 살 수 있는 곳이라니..미네소타 살면서는 꿈의 지역이 아닐 수 없다. 심지어 학회까지 샌디에고로 다녀온 마당에 이만한 동기가 또 없지 싶다.
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설령 서부로 못가더라도 미네소타 만큼은 아닌 날씨의 어딘가로 가서 박사생활을 시작하고 싶다. 최소한 날씨때문에 욕은 안하는 곳으로 가야 스트레스를 좀 덜 받지 않을까. 쇼팽의 겨울바람을 이질감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래 이런게 겨울이지 하며 들을 수 있는 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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