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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과정 준비하기

미국에서 들은 박사과정을 중도 하차한 친구들 이야기, 박사과정 사건사고 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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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하면서 생각보다 박사과정을 무사히 마치는 경우의 비율이 높지 않다고 한다. 영국의 경우에는 19.5%, 미국의 경우에는 거의 절반이 박사학위를 받지 못하고 중도 하차한다는 조사결과가 있다.

 

dissertationgenius.com/the-six-laws-of-phd-failure/#:~:text=To%20give%20you%20a%20dose,over%20the%20past%20three%20decades.

 

The Six Laws of PhD Failure | Dissertation Genius

To give you a dose of reality, the attrition rate at any PhD school is very high. Anywhere from a third to half of those that enroll at a PhD university will not end up graduating and finishing their dissertation. In fact, the figure of 40%-50% of fail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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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give you a dose of reality, the attrition rate at any PhD school is very high. Anywhere from a third to half of those that enroll at a PhD university will not end up graduating and finishing their dissertation. In fact, the figure of 40%-50% of failing PhD students has been fairly stable over the past three decades. In 1990, Baird reported that PhD completion rates in most disciplines hover around 50% and are even lower in the arts and humanities. In 2003, Elgar conducted a detailed study of North American PhD students and found that “only about half of all students who enter PhD programs…actually complete” (p. iii). The Higher Education Funding Council (HEFCE) for England also reported similar numbers in 2007.

 

  요즘 한 직장을 5년 다니기도 쉽지 않은데, 박사과정은 하물며 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워낙 좁은 사회이고 직장에서의 상하관계 못지않은 교수와 제자간의 상하관계가 엄청나게 큰 압박으로 다가올 수 있기 때문이다. 2023년 8월 28일,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 (UNC)에서는 중국인 대학원생이 본인의 지도교수를 총으로 살해한 사건이 있기도 했다 (https://www.hankyung.com/international/article/2023083023657). 이렇듯 대학원 과정이 쉽지 않은 와중에 주변에서 보고들은 여러 박사과정 중도 포기자에 대한 이야기를 기록으로 남길겸, 남김으로써 나 자신도 되돌아볼겸 정리해볼까 한다.

 

교수 총격 살인에 미국 '발칵'…연구실 소속 中 유학생 기소

교수 총격 살인에 미국 '발칵'…연구실 소속 中 유학생 기소 , 이보배 기자, 국제

www.hankyung.com

 

 

#1. 

지금 있는 연구실에는 두 달 전 새로온 이집트 포닥 (post doc, 박사 후 과정)이 한 명 있다. 다른 주 주립대에서 박사를 마치고 여기로 온 것인데, 오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문득 낮밤을 가리지 않고 나오길래 왜그렇게 열심히 하냐고 물어보게 되었다. 물론 계속 풀타임으로 일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주말에 나오긴 쉽지 않으니..

 

이유를 설명해주려고 포닥친구가 박사과정에 들어온 지 얼마안되었을 때 같은 연구실에 먼저 들어온 다른 박사과정 친구의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그 친구는 그의 지도교수 (PI, principal investigator)가 이런 저런 것들을 해봐라 하고 말해주지 않으면 먼저 교수를 찾아가지 않는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7년간 그 학교에서 박사과정을 해왔음에도 코스웍은 수료했지만 졸업하지도 못하고 석사학위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지금은 어디서 뭐하는지 모르는 상태.

 

그걸 다행히도 본인의 박사학위 초반에 본 이 포닥친구는 자기는 그러면 안되겠다고 생각해서 교수님 오피스를 적극적으로 두들겼다고 했다. 앞선 7년친구는 이 포닥친구가 지도교수 오피스를 방문하려고 하니 '그가 화낼걸? 웬만하면 가지마' 라는 식으로 얘기를 했다고 했는데, 놀랍게도 너무도 자상하게 잘 맞아주었고, 실험결과에 대한 방향제시나 이런 것들을 너무 잘해주었다고 했다. 그 이후로도 계속 찾아가서 결국 이 포닥친구는 논문들도 내고 5년에 딱 맞춰 졸업하고 여기로 포닥을 올 수 있었다고 했다.

 

살면서 엄청나게 많은 지도교수를 만날 일은 없겠지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느끼는 건 학생의 호기심이 지도교수보다 많거나 대등해서 더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 석사과정에서 지도교수님도 미국에서 살아남으려면 그래야 한다고 늘 말씀하셨는데, 틀린 이야기 하나 없는 셈이다. 사실 조금만 떨어져봐서 생각해봐도, 더 급한 사람은 박사과정 학생이지 지도교수가 아니다. 한국의 사정은 다를지 몰라도 미국은 어지간한 대학교 교수면 대학원생들 컨택이 수도 없이 들어오는 판에 학생 한명 한명에 그 정도로 큰 호감과 욕심을 가지고 있을 것 같지 않다.

 

다만 교수가 이제 본격적으로 케어해주기 시작하는 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거나 자기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해서 논쟁거리가 생길만한 결과들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인 것 같다. 여기서 논쟁이라는 것은 어떤 사사로운 옳고 그름을 가리자는 것이 아닌 결과로 얻은 데이터를 분석하는 과정, 추가 실험의 설계에 대한 학생과 교수의 의견이라고 하겠다. 많은 교수들은 긴 실험실 생활을 거쳐 이제 그간 쌓은 통찰력으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실험은 직접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직접 실험하는 학생과 의견 차이가 생길 수도 있다. 가령 A라는 분석기계 사용을 B라는 가정을 실험하기 위해서 적합하냐고 던졌을 때, 실험하는 혹은 실험하면서 더 그 A라는 분석기기에 대해 더 잘 알고있는 학생의 입장에선 이러저러해서 결과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이야기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무수한 토론을 통해서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게 학위과정과 앞으로 있을 실험결과들을 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는 만큼 본인 스스로 적극적으로 어필 하는것이 매우 중요하겠다. 특히나 이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내가 궁금해서, 알고 싶어서 하는 활동이어야 동기부여가 되고 잘 움직여지는 반면, 교수가 시켜서 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하게 되면 의욕도 안생기고 심하게는 반감도 들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찌되었건 학위과정은 지도교수에게 나를 어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맞다. 아쉬운 쪽이 먼저 움직여야하는 건 비단 학위과정 뿐만 아니라 어딜 가던 그럴테니 기왕 움직일 수 있는거 나 믿고 뽑아준 지도교수와 토론하면서 지내는 것이 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싶다. 

 

여담이지만 앞선 학위를 못받은 학생은 본인의 대처가 아쉬운 반면, 과거에 미국에선 19년간 박사를 하다가 지도교수를 망치로 때려 살해한 경우도 있었다. 아래 링크에 따르면 동료들 앞에서 모욕하고, 상을 빼앗아가고, 펀딩을 거절하는 등 아주 악독한 짓을 했다고 한다. 물론 이런 경우는 교수의 잘못이다. 

 en.wikipedia.org/wiki/Theodore_Streleski

 

Theodore Streleski - Wikipedia

Theodore Landon "Ted" Streleski (b. 1936) was an American former graduate student in mathematics at Stanford University who murdered his former faculty advisor, Professor Karel de Leeuw, with a ball-peen hammer on August 18, 1978. Shortly after the murder,

en.wikipedia.org

 

 

#2. 최근에 있었던 일이다. 연구실의 2년차 학생이 잘렸는데, 이유가 궁금하여 다른 시니어에게 물어보니 일을 잘 못해서 그랬다고 했다. 구체적인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친구는 로봇처럼 시키는 일만 하고 자기가 생각해서 그 다음으로 실험을 진행하지 않았다고 한다. 물론 1, 2년차가 굉장히 바쁜 시기는 맞다. 코스웍을 듣고, TA도 하며 그 와중에 자기 실험실 실험도 해야하기 때문이다. 근데 어느정도 진전이 보여야 하는건데 그런 것이 교수가 느끼기에 마땅치 않았나보다.

 

아마 다른 동기들이 내놓는 결과들이 눈에 들어오다 보면 자연스레 비교되기가 쉽기 때문이다. 교수 스타일이 학생을 마이크로 매니징 하는 스타일이 아니었고 푸쉬하는 스타일이 아니었음에도 너무 진전이 없어서 고심끝에 학생을 내치기로 했다고 했다. 계속 있어봤자 더욱 발전하지 않을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더 빡센 교수 밑에 있었으면 어땠을지 모르겠으나 이렇게 해서 잘린경우도 가까이서 보게되어 놀라울 따름.

 

 

#3. 연구실 1년차의 새내기 박사과정 친구가 실험하다가 후드에서 불을 내서 해고당했다. 꽤나 값어치 있는 것들이 화재가 나면서 손상된 것이 있다고 했는데, 지도교수가 그 당시에는 불이익은 없을거라고 했으나, 얼마 뒤에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했다. 근데 알고보니 뒤에서 다른 시니어들이 그 새내기에 대한 험담을 해서 별로라는 식으로 평을 해서 교수가 마음이 동했다는 것 같았다. 

 

그 전에 멘토가 붙어서 알려줄 때도 되게 데면데면하게 알려줘서 배우기 어려웠다고 토로했던 것을 들은적이 있는데, 건수 생긴김에 적극적으로 단점을 이야기하면서 교수에게 압력을 넣은게 아닌가 싶었다. 그 친구는 다른 연구실로 옮기거나 학교를 옮겨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에 있다. 본인 능력도 중요하지만 어떤 지도교수 밑에서, 어떤 랩메이트들과 함께 지내는지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였다. 

 

 

#4. 연구실 3년차, Prelim을 앞둔 친구가 연구실을 그만두기로 했단다. 이렇게 되면 석사만 받고 졸업하는 것인데, 이유를 들어보니 연구가 자기랑 맞지 않는 것 같았단다. 이것 저것 해봐도 안되면 당연히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가 어마어마 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이거랑 안맞나 하는 생각 당연히 들 수 있다. 근데 사실 연구가 그런 일정한 간격마다 뚝딱뚝딱 결과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겠냐만은 생각만큼 그렇게 녹록치가 않다. 

 

나도 아직 이제 연구를 시작하는 입장이지만, 나중에 정 아무것도 안되어서 프로젝트를 갈아 엎더라도 그 과정에서 반드시 배우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라도 다시 내 큰 그림에 이어질 수 있는 한 쪽의 점들로 모여서 다른 부름을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항상 생각하려고 하는 편이다. 스티브잡스가 connect the dot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미네소타에서도 내가 있을 당시에 5년이 안되어서 졸업하고 취직하고 나간 인도 박사 친구가 있었는데, 나중에 졸업을 앞두고 자기가 그 동안 했던 연구 내용에 대한 요약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보니 거의 1년 넘게 쏟아부은 프로젝트를 갈아 엎고서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그걸 밀어붙여서 JACS 등에 논문 연달아 내고서 졸업해버렸다. 원체 성실한 친구라는 건 알았지만 그렇게 돌아서도 저렇게 연구 결과를 내고 하는구나 싶어서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추천서를 받았던 교수님들 중 한분에게서도 들은 이야기가 당신의 논문이 박사 4년차 때 나왔다는 것이다. 그 전까지는 거의 결과를 못냈는데 그 때 연달아 다다닥 내면서 포닥 때 결과까지 합쳐서 교수 된 것 같다고 하셨던 적이 있다. 보통 임용 전 4년?을 유효한(?) 연구 결과로 평가 항목에 넣기 때문에 빨리 나오는 것도 개인의 만족엔 도움이 될 수도 있으나 늦게 나오는 것도 괜찮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이 쌓여가겠지만 논문 결과 안나온다고 해서 너무 상심하지 않고 같이 함께 밀고 나갔으면 좋겠다. 

 

#5. 건강상의 이유로 한 학기 휴학을 한 친구가 있었는데, 한 학기 지나서 돌아와보니 연구실을 옮긴 것이 아니겠는가, 뭐 옮기는 일이야 비일비재하니 연구가 잘 안맞았나보다 생각했거늘 알고보니 당시 지도교수가 휴학한 친구의 후드를 다른 학부생 줘버리고 휴학했던 친구가 돌아오니 해고를 시켜버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TA할 때 워낙 일을 열심히 해서 좋게 봤던 친구인데 그렇게 해고를 당했다고 하니 좀 당황스러웠다. 랩 선택과 지도교수 선택이 이렇게 중요한 일이다. 

 

#6. 다른 학교에서 이미 석사를 하고 박사를 하러 온 친구가 리서치 핏이 안맞아서 다른 학교의 다른 연구실로 가기로 했다. 보통은 이런 transfer 과정에서 현 지도교수와 미래 지도교수의 상의를 통해 좀 더 편하게 갈 수 있도록 도와줄 가능성이 높으나, 항상 그런 것은 아니고 학교의 정책에 따라, 지도교수에 따라 완전히 새로 시작해야 할 수도, TA를 더 해야할 수도 있는 리스크가 있는 과정이기에 큰 결심을 했다고 생각했다. 부디 다음 학교에서는 본인 흥미에 맞는 연구를 잘 찾을 수 있길 바란다.  

 

이후에 또 듣는 것이 있다면 업데이트 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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