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최근 대홍수 (The Great Flood)라는 영화가 개봉을 했다. 최근에 바빠서 영화 볼 시간이 없다가 간만에 보려고 알아보다가 이 영화가 넷플에 떴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엄청나게 호불호가 갈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대중의 비난과 그정도까진 아니다라는 평론가들의 주장이 대립하면서 더 이슈가 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재난영화를 좋아하기 때문에 보게 되었는데, 보고나니 나는 이 영화가 그정도로 노잼이고 비난받을 영화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우선 보통의 재난영화를 생각하면 어떤 특정한 재난이 일어나고 (질병, 지진, 해일, 화산, 소행성 충돌, 빙하기, 등등) 이 재난에서 벗어나면서 벌어지는 가족간의 사랑이라던가, 슬픔, 희생 등을 다루게 되고, 이를 어찌어찌 극복하면서 다시 인류가 새 희망을 찾는식으로 전개되곤 한다. 부산행의 좀비가 그랬고,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2004) 의 빙하기가 그랬고, 볼케이노 (Volcano, 1997)의 화산폭발이 그랬다. 그 외에 일본침몰 (2006) 에서의 그 잠수함 탄 아저씨의 희생이라던가, 아마겟돈 (Armageddon, 1998) 에서 희생한 우주비행사 아저씨 등도 기억이 난다. 근데 대홍수에서는 이 재난, 홍수를 AI의 강화학습과 연관지어서 스토리를 짜는 식으로 한번 비틀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되게 신선하다고 생각했다. 일종의 타임루프를 섞은 스토리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타임루프 영화는 모종의 이유로 주인공이 계속 똑같은 시점으로 돌아가면서 미래를 바꾸려하는 식으로 진행이 되는 영화들인데, 대표적으로 톰크루즈 주연의 엣지 오브 투모로우 (Edge of Tomorrow, 2014)가 있다. 타임루프는 SF소재로 많이 등장하지만 로맨스 소재를 다룰 때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예로 이프 온리 (If Only, 2004)가 있다. 아, 공포영화로 이런 소재가 쓰인 트라이앵글 (Triangle, 2009)도 있다. 안보셨다면 추천.



물론 여러 시청자들은 일반적인 재난영화의 흐름, 다시 말해서 대홍수가 일어나고, 여기서 벌어지는 여러가지 갈등상황과 해결을 기대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재난영화에서 벌어지듯, 이 틈을 타서 다른 재화를 약탈하는 무리들도 생길테고, 옥상이나 높은 곳으로 대피해서 구조를 기다리는 인원도 있을테고, 구조자원이 한정적이라 이를 얻기 위해서 벌어지는 아비규환을 그려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어찌어찌 여러 정부기관이나 민간의 협동으로 홍수를 막아내는 방법을 고안하거나, 물빠지는 경로를 어떻게 바꿔서 어떻게 어떻게 하는식으로 시청자들을 설득했을 것이다. 여기에 한국식 신파도 약간 들어가주면서 눈물을 또르륵 흘리고 마지막 살아남은 사람들끼리 위안을 가지면서 마무리. 아마 이렇게 흘렀으면 또 다된밥에 신파를 뿌렸다고 그거대로 분노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대홍수는 이런 일반적인 스토리라인에서 틀어서, AI와 우주, 신인류 소재에 발을 담그게 되는데, 내가 기억하기로 한국 영화에서 이런 시도는 기존에 없었다. 부산행에서 잘 나타났듯 재난이 발생하면 곧이 곧대로 클래식한 화법을 따라서 영화가 전개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대홍수에서는 이런 기존의 화법에서 벗어난 다른 장르로 들어갔기 때문에 여기서 이질감이 발생했으면 노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CG도 준수했고, 기존에 봤던 타임루프식의 전개를 여기서 봤다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괜찮았다고 생각했다. 물론 대홍수 나무위키에 나왔던 어떤 설정의 괴리라던가 과학적 팩트의 진위여부, 실행가능성 여부는 묻어두고 가야할 부분들이 있겠지만 말이다. 재난영화다보니 이런 부분에 엄격한 시청자가 당연히 있을 수 있겠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어떻게 홍수가 일어나서 30층 아파트까지 수면이 올라옵니까? 하는식으로 말이다. 또한 신인류가 3D프린터처럼 우주에서 만들어져서 다시 지구로 복귀하는 설정이라던가 엄마 자식간의 감정을 AI로 반복학습을 통해서 얻어낸다던가 하는 설정은 좀 이해하기 어려울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성취하려는 목표가 반복을 통해서 이뤄질 수 있다는 가정과 어찌어찌 이 모자간의 감정이 학습완료 되면 신인류가 지구로 다시 복귀할 수 있다라는 가정을 그냥 그럴 수 있다라고 받아들인다면 (이미 우린 여러 마블 영화나 SF영화를 통해서 '일어났다 치자' 하고 많은 영화를 봐왔지 않은가) 꽤나 영화가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해서 21,499번까지 시도 끝에 어떻게 어떻게 목표를 이뤄내는 과정은 나에겐 꽤나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배우들이 수영하고 물속에서 물 밖에서 연기하느라 힘들었겠구나 라는 생각도 들고 티셔츠에 그 시도한 숫자를 보여주는 것도 괜찮은 방식이었다고 생각하며, 전반적으로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했다. 어차피 재난영화로 다룰만한 자연재해는 이 나라 저 나라에서 거의 다 다뤄왔기에, 흐름이 뻔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면서 이렇게 틀어서 보여주는 것도 괜찮았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별 세개에서 세개 반 정도까지는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정도영화에 들끓는 것은 아마도 넷플릭스 최근 영화 순위에서 1위를 해서 그런것도 있지않나 생각한다. 아예 묻혔으면 바이럴도 안됐을텐데 이게 1위를 해버리니 넷플릭스에서 조회수를 측정하는 방식이야기도 나오고 사실 우리가 몰랐던 감독의 철학과 의도가 있던게 아닐까 하는 밈도 다시 스멀스멀 나오고있는게 아닐까. 어쨌든 이런저런 노이즈를 생각하지 않더라도 나는 꽤 볼만했다고 생각하고, 혹시나 인터넷에 도는 평들 때문에 볼지말지 고민했다면 본 다음에, 보는 와중에 생각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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