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시간을 달려온 오징어게임이 드디어 막을 내렸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비석치기 같은 지극히 한국적인 컨텐츠를 가지고 스릴러에 접목시켜서 만든 이 컨텐츠에 전세계가 열광하게 되었을 줄 누가 알았을까? 실제로 재미있었고 어찌저찌 마무리는 잘 한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여기저기 뿌려 놓았던 떡밥도 회수했고, 나름의 해피엔딩아닌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었기에 그럼에도 아쉬운 뭔가가 있어서 글을 남겨보려 한다. 물론 그냥 오징어게임 자체로, 그런 게임의 컨셉 자체에 재미를 붙이면 그래도 볼만하다. 거대 줄넘기라던가, 숨바꼭질이라던가, 마지막에 오징어게임 데스매치라던가 하는 부분등은 아이디어가 좋았다.
우선 성기훈이라는 캐릭터가 사실 이해하기 어려웠다. 시즌 2까지는 사람들을 살려서 게임을 끝내려고라는 강한 동기부여가 있었는데, 시즌3에서는 돌고돌아 아기 살리기라는 것에 집착하면서 끝을 맺는다. 임신한 상태에서 게임에 참가해서 아이를 낳게되는 부분에서 다들 우려했을 것이다. 이 아기를 죽이고서 우승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대전제가 아기가 나오면서부터 진행되는 것이다. 극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 중요함이 다른 캐릭터들보다 커서 결국 이야기의 향방을 너무 분명하게 제시해서 남은 에피소드의 재미가 반감된 느낌이 있다.
또한 마지막 오징어 게임의 세 라운드에서 본인이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아기를 살리겠다는 생각을 했다면, '도시락' 얘기가 나왔을 때 과감히 한 명 포기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같이 살 수 있는 찬스를 살렸어야 했는데, '공정'하지 않다는 이유로 이걸 거절하고 다시 개싸움을 만들어서 결국에 임시완만 남기는 일이 벌어진다. 이미 '공평'하지 않은 게임에 들어와서 게임을 하는데 그가 처음에 게임에 들어온 절대적인 동기, '사람들을 게임에서 더 희생시키지 않고 내보내는 것' 이라는 명분은 개나줘버리고 심지어 가장 중요한 아기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갑자기 공평하지 않다면서 제비뽑기를 들먹이는 처사를 이해하기 쉽지 않다.
그의 비 이성적인 행위로 인해서 결국 반란도 일어나서 무수히 많은 참가자가 사망했고, 연달아 일어나는 게임에서 결국 454명이 탈락, 본인까지 455명 탈락으로 아기만 살아남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을 살려야겠다는 생각과 아기를 살려야겠다는 생각은 왜 상충했는가? 에 대한 답이 명확하지 않아서 많은 시청자가 혼란에 빠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본인이 절대 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그는 오징어 게임1을 통해서 자신이 바뀌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바뀌어서 결과를 바꾸었는가 되물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 아기를 게임 도중에 낳는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그쪽으로 극본을 썼다고 했는데, 물론 극적인 효과를 위해서 마지막 일대일 구도로 만드는게 낫겠다고 생각도 했겠으나 결과적으로 보면 성기훈이라는 캐릭터에 몰입할 수 없고 읭? 하게 되는 감상만 남게되는 것이다.
그리고는 마지막에 아기를 남기고 떨어지기 전, 사람은... 하면서 떨어지는데 이 또한 그의 정신승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마지막에 성기훈은 그가 이병헌 보다 낫다고 생각했을까? 과연 그는 더 나은 사람이고 숭고한 희생을 한 사람인가?에 대해 찝찝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또한 섬을 찾아서 바다위에서 표류하던 경찰과 특수부대 일동의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사람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는가? 결국 이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해서 섬에 도착하지 못하게 했던 선장의 역할이 엄청나게 대단했다고 칭찬하면 되는걸까? 결국 특수부대를 고용했음에도 다 다쳐가지고 섬에 들어가는건 경찰 혼자였고, 가서도 이미 섬은 폭파 직전인 단계, 형을 잠시 마주하지만 이렇다할 대화도 못나누고 형!!! 외치다가 폭발 전에 다시 섬을 나오는 이 행위에 왜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결국 선장이 오징어게임 일당과 한패였다. 끝? 형과의 이야기도 과거 회상으로도 나온 장면이 없으며 왜이렇게 형을 애타게 찾아다니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더 제시되지 않는다. 굳이 의미를 찾자면 섬에서 일어나는 게임만으로는 이야기가 좀 단조로워지니까 분위기 전환을 위한 바깥 세상과의 연결고리를 위한 곁다리 정도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아무쪼록 마무리가 되기는 했고, 보아하니 넷플릭스에서 다른 버전도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이후 버전이 더욱 탄탄한 스토리로 찾아와서 시청자들을 홀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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