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나온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을 봤다. 본다본다 해놓고 보다가 이제서야 봤는데, 생각해볼 거리가 많은 영화였다고 생각을 했고, 봉준호 감독이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줬던 메세지들이 은근히 녹아들어 있는 것 같아서 이전 영화들이 생각나는 작품이기도 했다.
주인공 미키는 지구에서 인생역전의 기회가 없다는 것을 알고, 니플하임이라는 새 행성에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친구다. 여러가지 참여 루트가 있었는데 설명서를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Expandable에 지원을 해버리면서 그의 이름 뒤에 숫자를 붙이게 만들어버렸다. Expandable은 말그대로 인간 복제 시스템인데, 여러 쓰레기로 나온 재료들을 다시 재조합해서 그의 생체 데이터를 복원하게 만들어주는 대단한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겠다. 몸만 복제가 된다면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기억까지 복원을 해주기 때문에 일종의 계속된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 존재가 된 셈이다. 이런 대단한 시스템은 미지의 세계를 탐사하는 데에 필수였는데, 새 행성에 도착해서 있을지 모르는 바이러스 등에 대해 먼저 마루타로 삼아서 백신 개발을 돕는다거나, 우주 유영중에 어떻게 인체가 반응하는지 등을 연구하는 일종의 실험체로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생명을 다해버리면 기억은 복원하고 몸은 새로 만들어서 미키 + 1을 만들어버리기에 어찌보면 손해보는 것 같은 장사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에 비해 죽음을 너무 많이 맞게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컨셉은 에전에 엣지오브 투모로우 같은 영화에서 다뤄지기도 했는데, 좀 더 마일드한 느낌의 환생물이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는 이렇게 하면서 어찌어찌 삶의 무게를 견디고 있는데, 미키17에서 작전도중 실종되면서 본부에서 미키18을 만들게 된다. 하지만 극적으로 생환하면서 미키17과 18이 공존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제 두 미키가 여러가지 갈등 상황을 겪으면서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여러가지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이런 계속되는 삶에 대한 컨셉이 간만에 봐서 그런지 몰라도 흥미로웠고, 여기에 봉준호 감독이 많은 영화에서 담았던 지배계층에 대한 희화화가 같이 곁들여진 영화라고 생각했다.
지배계층에 대한 희화화는 특히 설국열차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었다. 약간 어눌한 듯한 지배계층과 이들의 비극적인 말로까지 향하는 플롯이 굉장히 비슷해서 그런지 몰라도 그의 영화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신선하다는 느낌보다는 또 하나 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나에게는 더 강하게 다가왔다. 결론적으로 다른 옷을 입었지만 결국에 모델이 봉준호감독이었던 영화랄까? 여러가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는 좋았지만 영화 자체가 엄청나게 흥미롭고 새로웠냐고 물어본다면 그건 잘 모르겠다. 영화 속에 나온 괴물의 행동도 뭔가 괴물이 주인공이라기 보다는, 지배계층의 전락이라는 주제를 전달하기 위한 보조적인 도구같은 느낌이 들었다. 전혀 해롭지도 않고, 복수를 할듯이 다가왔지만 그런것도 아닌 시위하는 외계 생명체의 모습은 또 처음이라 그랬나 싶기도 하다.
이런 여러가지 갈등이 해결된 후에 인간 복제기기를 폭파시킴으로써 미키+1은 더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다. 미키17은 이제 미키 그 자체로 늙어가게 되는 것인데, 이에 대한 그의 감상은 어떨지 궁금하다. 그 전까지는 다시 살아날 운명이었는데, 이젠 죽으면 끝이라는 보통의 사람으로 돌아간 것이기에 복잡미묘한 감정이 오고가지 않을까 싶다. 한편으로는 이제 뒤가 없기에 더 소중히 나를 가꿔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을수도 있겠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죽음에 대한 공포가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을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 이런 기회가 찾아온다면 나는 주병2, 주병3의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한 번쯤 생각해보면 흥미로울법한 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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