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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린/클래식

2025 시카고 Wheaton College 조성진 & CSO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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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상반기 조성진이 미 전역을 투어하고 있고, 인스타나 스레드에 자기도 조성진 연주 갔다왔다는 후기글이 보일 때쯤 나도 휴가를 내고 CSO와의 협연을 보고왔다. CSO와는 목, 금, 토, 일 이렇게 4일 같은 프로그램으로 잡혀있었는데, 그 중 금요일이 시카고 외곽 Wheaton College에서 하는 연주였다. 나머지 날짜는 다운타운 시카고에서 진행했는데, 이 컬리지에서 하는 연주가 학생표가 풀려서 15불에 다녀올 수 있었다.

UIUC도 그렇지만 아마 Wheaton College도 이렇게 주기적으로 후원을 해서 CSO를 자기 동네로 부르는 것 같았다. 변두리에 사는 사람 입장에선 더할나위 없는 복지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다. 어쨌든 Wheaton College는 거대한 H마트가 있는 Naperville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져 있다. Wheaton College는 부촌의 냄새가 나는 크진 않지만 잘 갖춰진 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특히 컬리지 주변은 잘 정돈되어 있는 느낌을 받았고, 기회가 있다면 더 둘러봐도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잘 모르지만 시카고 서버브에 있다면 꽤 자주 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주회 장에는 역시나 예상대로 굉장히 많은 한인들이 왔고, 당장 나만 해도 내 앞과 뒤에 한국인 목소리가 들리는걸 알아차릴 정도였으니 그를 보기 위해 얼마나 많은 한인들이 왔을지 대충 짐작이 되었다. 이 날의 프로그램은 차이코프스키 Cappricio Italian, 조성진의 프로코피에프 피협 2번, 시벨리우스 5번이었다. 사실 클래식을 좋아하는 나로서도 프로코피에프 2번은 예습을 꽤 많이 해야했던 곡이었다. 듣다보니 아 카덴차가 정말 멋있고 스케르초나 피날레까지 잘 짜여진 곡이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멜로디 라인이나 전체적인 정서가 약간 어두운 보랏빛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다른 밝은색을 가진, 혹은 더 유명한, 멜로디 라인이 더 확실하고 좋은 차피협, 라피협을 기대했다면 약간 난해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예습을 해가면서 조성진이 이런 격정적인 곡을 연주하는 것은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많이 있었다. 내 머릿속 조성진의 이미지는 가만가만 건반을 누르며 라벨이나 쇼팽의 서정적인 작품을 연주하는 이미지가 강해서 더 그런것도 있었다. 유튜브에 라피협이나 차피협 영상도 있지만 이들과는 다르게 또 난이도가 있으면서도 나름의 광기있는 모습을 표출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서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본 연주, 그의 연주는 정말로 인상깊었고, 나의 기대를 200% 충족시켜준 연주였다. 영상으로는 전해지지 않았던 에너지라던가 소리의 디테일이 남달랐다. 카덴차 또한 건반이 부서져라 치는데 또 스케르초나 다른 패시지에서는 악동같이 치기도 하는 등 귀가 호강할 뿐만 아니라 눈까지 같이 호강할 수 있었던 연주였다. 퍼포먼스 자체가 클래식을 잘 모르는 와이프도 엄청났다고 코멘트를 할 정도였으니 아마 다른 관객들도 충분히 만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 35-40분 남짓한 시간이었던 것 같은데, 두시간 반의 운전을 보상받기에 충분한 연주였다고 생각한다. 2부 메인이었던 시벨리우스 5번은 몇 가지의 잔상같은 이미지는 기억이 나는데 생각보다 디테일이 많이 기억이 나진 않는다. 너무 조성진의 프로코피에프 피협에만 집중해서 그런가 싶기도 하다. 

아무쪼록 이렇게나마 그의 연주를 실황으로 접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앞으로도 기회가 되면 꼭 찾아가서 더 많은 그의 실황을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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