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랑랑이 UIUC를 찾아왔다. 학생은 10불이라는 막강한 혜택을 등에 업고서 랑랑을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이런 유명한 해외 아티스트들이 오는 경우 예당 3층 좌석도 수 만원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판에 여기서는 랜덤 좌석 배정 대신 학생 10불이라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아티스트를 만나게 해줘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워낙 유명하단 것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나라에도 쟁쟁한 피아니스트 들이 많았고 그들의 연주를 찾아 듣기에도 바빠서 사실 랑랑의 연주는 많이 접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더 궁금하기도 했던 이번 콘서트의 총평을 해보자면 '명성에만 기대어 예습을 게을리 하지 말자' 정도가 되겠다. 왜냐하면 그가 들고 왔던 프로그램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었기 때문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Aixm3Vha_CI&t=3681s
그는 정확히 이 연주 영상과 같은 프로그램을 연주했다.
이를 알고서 골드베르크를 여러번 정주행 했음에도 감정에 막 호소하는 쇼팽 같은 작곡가의 작품에 비해 이해하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인지 공연장에서 많은 관객은 중간에 폰을 보거나 잠에 빠지는 등 랑랑의 명성을 기대하고 보러 왔으나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현상에 빠지고 말았던 것이다. 바흐의 골드베르크가 음악적으로 높게 평가받는 변주곡이란걸 알고는 있지만 사실 여기에 와서 이런 독주회를 펼쳤을 때 이 진가를 감상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됐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클래식을 많이 듣는 나조차도 어려웠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높은 집중력으로 연주회를 이끌어갔고 모든 변주곡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변주곡 중 조용하게 끝난 변주곡 다음 빠른 템포의 변주곡으로 바뀌는 경우 큰 대비를 주면서 마치 하이든의 놀람교향곡 2악장 처럼 조는 관객들을 깨우려는 듯한 모습이 보이기도 했고, 큰 동작으로 눈이 즐거워지기도 했다. 이런 노력들이 없었다면 아마 더욱 연주를 듣기 힘들었을 것 같다.
심지어 연주 중간쯤부터 피아노 G음이 튜닝이 엇나가서 남은 연주 내내 거슬리게 들리기도 했는데 본인 스스로도 굉장히 거슬렸을텐데도 불구하고 잘 마무리해줬다. 어쨌든 성공적으로 마쳤고 다음에 혹시 볼 기회가 있다면 좀 더 캐주얼한 프로그램으로 만났으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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