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백신으로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구한 회사, Pfizer 견학을 다녀왔다. 보통 미국의 회사들은 outreach 활동이라고 해서 지역 학교로 과학실습을 나간다거나, 기타 봉사를 나간다거나 하는 사회 공헌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런 견학 프로그램도 일부인 것 같았다. 공식적으로 이런 견학프로그램이 있는 건 아닌 것 같았지만 이번에 지인의 지인 소개로 어떻게 기회가 만들어졌다.
Pfizer는 미 전역에 지사가 있는데, 각 지사마다 연구하는 분야가 다르다고 했다. 가령 코네티컷이나 보스턴 근방의 지사에서는 small molecule drug를 개발하고, 이번에 방문한 St. Louis 지사에서는 RNA 백신과 같은 bio관련 제품을 개발하고 만든다고 했다.
겉으로 봐서는 다른 회사들과 달라보이지 않았으나, 총 3층 (+지하 1층)으로 이루어진 건물에 엄청나게 많은 기기들과 설비들이 갖춰져있는 것을 보고 굉장히 놀랐다. 실험실 안으로 직접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통유리로 다 안쪽을 볼 수 있어서 돌아다니면서 보니 정말 엄청나게 많은 분석장비와 (HPLC만 150대라고 했다), 이를 이용하는 수많은 직원들을 볼 수 있었다. 소개해주신 직원 말마따나 cutting-edge technology가 역시 기업에서 먼저 사용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원들 스스로도 이런 시설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인상적이었던 점은 모든 기기가 전체 서버에 연결되어 있어서 실험샘플을 넣고 오피스에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실험실에 상주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었고, 텅텅 빈 랩도 많았는데 사실 다 열심히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오피스가 아닌 여러 미팅룸에서 열리는 크고작은 회의들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고, 많은 연구결과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UIUC alumni들도 만날 수 있었는데, 그들 모두 이 직업을 사랑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가장 보람된 순간이 언제냐고 물었을 때, 그들이 개발한 제품이 실제로 환자들에게 사용되어서 효과가 나타난 것을 보았을 때라고 했다. 아마 모든 제약회사가 이런 보람된 순간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고 해도 항상 FDA 승인을 받고 실제로 환자에게 까지 가는 경우는 드문데 이런 과정은 힘들지 않냐,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사에 나와서 열심히 일하게 하는 동기부여는 무엇이냐 라고 물었을 때, 그들은 problem solving 이라고 했다.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고, 이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거치면서 한 발짝 나아가는 그 과정 자체를 그들은 즐기고 있었다. 정말 맞는 말이라고 느낀 것이, 이런 작은 과정에서 동기부여가 되지 않으면 처음 스크리닝부터 최종적으로 하나의 신약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지난한 과정을 감내하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런 굴지의 제약회사에 들어오려면 어떻게 해야하냐는 질문에 네트워킹이 정말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물론 공채 웹사이트에서도 뽑긴 하지만 그건 학/석사 정도의 이야기고 박사급은 학회 등을 통해서 얻은 네트워킹 인맥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훨씬 강력하다고 했다. 이게 어떤 낙하산 인사 같은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수 많은 경쟁자들 중에 내 이력서를 조금이라도 더 신경써서 봐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하기사 전 세계에서 들어오려고 할텐데 그 수많은 이력서 필터링에서 살아남으려면 이런 네트워킹이 필수적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 네트워킹은 어떻게 해야하느냐? 라고 물어보니 학회 같은 곳에서 자기를 소개하면서 아는 사람을 늘려가면 좋다고 했고, 학교로 오는 리크루터들을 만나보는 것도 중요하며, 같은 학교 졸업생이 그 회사를 다니고 있으면 그들에게 연락해서 자신을 소개하고, 조언을 구하는 방법 등을 통해서 어떻게든 연결고리를 만들면 기회가 생긴다고 했다. 인턴십을 하면서 정직원으로 전환되는 것도 좋겠지만, 대부분의 대학원 랩에서 여름방학 두,세 달간의 인턴십을 보내주는 곳이 흔치 않기에 (물론 되면 정말 좋고), 결국엔 네트워킹을 통해서 기회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이런 네트워킹이 진짜 중요한 것 같다. 적극적으로 자신을 어필하고 내 활로를 개척해 나가는 것이 학/석사의 공채면접과는 크게 다른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여기에 덧붙여서 매력적인 이력서, on site interview 기회를 만들었을 때 준비한 슬라이드의 퀄리티라던가 하는 것들도 중요하다고 하겠다.
졸업이 다가오는 시점에서 실제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 기업으로 가는 것과 포닥으로 가는 것은 확실히 워크라이프밸런스에 차이가 크고 (주 40시간 고정인 기업 vs 그런건 논외인 포닥), 복지와 월급에서도 기업이 앞서기에 또 포닥을 생각하던 내 마음은 갈대같이 흔들리고 있다. 이제 내가 정말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그렇게 결정을 하면 흔들리지 않고 심지 굳게 밀고나가는 추진력이 필요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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