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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Chemistry

커피의 혁신? 카페인 대체재 파라잔틴? Rarebird coffee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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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많은 커피 애호가들 중 한 사람으로서 카페인에 대한 장점과 단점은 정말로 많이 경험하고, 이전 많은 포스팅에서 알 수 있듯 끊어보기도 하고, 마실 때는 이것저것 다양하게 마셔보기도 했지만 이번에 좀 흥미로운 커피가 나와서 포스팅하게 되었다. 바로 Rarebird coffee인데, 이 커피는 독특하게도 카페인이 들어있지 않은 커피이다. 그러면 이게 decaf 커피인가? 라고 하면 그건 또 아니다. 커피의 각성작용을 도와주는 성분이 있는데 카페인은 아니다. 컨셉이 굉장히 흥미롭지 않은가? 좀 더 깊게 들어가보자.

커피의 각성 성분은 카페인으로부터 나타난다. 이 카페인이 체내에서 각성효과를 일으키는 방법은 몸을 '속이는' 방법이라는 것은 많이들 알고 계실 것이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우리몸이 피곤해지면 피로물질인 아데노신이 뇌 수용체에 결합하면서 몸이 '피로하다' 고 느끼는 것인데, 비슷한 구조를 가진 카페인이 아데노신 대신에 결합함으로써 몸이 피곤한 줄 모르게 되는 각성효과를 얻는 것이다 (아래 그림의 파란색 구조). 물론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지만 육각링에 오각링이 붙은 저 구조가 크게 보면 수용체 입장에선 '비슷하다'고 인식하는 것 같다.  

하지만 카페인이 체내에 오래 머무르게 되면 이게 몸에서 완전히 분해되어 뇌의 수용체를 속일 수 없을 때까지 분해가 되어야 할텐데, 이 시간, 반감기라고 부르는 시간이 지나야 몸이 다시 피로를 느끼고 수면을 취하게 되는데 이 시간이 꽤나 길다. 그래서 오후에 커피먹으면 밤에 잠 안온다고 하는 얘기가 그래서 나오기도 한다. 여기서 이 Rarebird 커피를 만든 사람들은 카페인의 1차 대사산물인 파라잔틴에 주목했다.

왼쪽 카페인 (caffeine), 오른쪽 파라잔틴 (paraxanthine)

파라잔틴은 카페인이 몸에 들어오면 분해되면 나타나는 물질인데 이것 말고도 크게 세 가지 물질로 분해가 되지만 84%정도가 파라잔틴으로 분해된다고 한다. 이 파라잔틴 자체로도 어느정도의 각성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구조가 비슷하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을거란 생각할 수 있겠다. 그리고 이미 대사가 한 번 진행되었기 때문에 그 다음과정으로의 분해도 더 빠를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겠다. 그렇기에 그들의 말마따나 더 'mild' 한 각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https://cen.acs.org/business/consumer-products/Caffeine-coffee-personal-care/102/i8

 

Caffeine gets out of coffee and into personal care

It’s 3:07 p.m. on a Tuesday. Too early to quietly quit for the day, late enough that another cup of coffee could endanger a good night’s sleep. Sure, healthy choices like a brisk walk or 20 min of meditation could provide enough of an energy boost to f

cen.acs.org

이미 파라잔틴이라는 물질 자체는 보충제로써 시중에 팔리고 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카페인 알약까진 봤어도 그 대사산물인 파라잔틴을 복용하는 것까지는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 같아서 판매량은 카페인에 비해 떨어지는 감이 있다. 그래도 이미 일부 사람들은 파라잔틴의 효과와 빠른 분해에 주목했다는 점이 주목할만하다. 어쨌든 따로 나온 보충제까지는 있어도 커피에 직접 넣은 경우는 없었는데 이 과정을 Rarebird라는 스타트업에서 시도해서 커피를 만들었고, 이번에 구입하게 되었다. 내가 이해하기로 decaf coffee bean을 산 다음 여기에 paraxanthine을 섞은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하는 것 같다. 일종의 택갈이라고 봐야하나? 같은 커피인데 카페인 대신 paraxanthine을 넣은거니까 뭐..

현재 12온스, 350g 정도에 30불이고, 두 봉지 이상을 사면서 구독을 하면 봉지당 18불로 해서 ground coffee bean을 살 수 있다. 무료배송이 30불 이상부터라 나는 두 봉지를 주문해서 36불에 샀고, 3일 정도만에 도착한 것 같다. 가격 자체는 저렴하고는 사실 거리가 멀다. 코스트코에서 커피빈 2.5 kg정도에 15불정도니까 이미 뭐 가격면에선 경쟁력이 없다. 한국에선 파라잔틴에 대한 제품이 운동하시는 분들 보충제로 이것저것 다른거랑 섞여서 파는 것만 있을 뿐 이런 커피관련은 완전히 Rarebird가 처음인 것 같다. 

패키지는 내 이름이 직접 적힌 편지와 함께 배송되었다. 구독을 하면 이렇게 하나하나 싸인해주는건가 싶다. 초기라서 그런걸수도 있지만 어쨌든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커피맛은 생각보다 너무 괜찮았다. 나는 산미가 있는 커피를 좋아하는데, 코스트코에서 파는 커피들은 다들 다크로스팅에 산미가 거의 없는 커피들 뿐이라 다른 개인카페들? 체인 아닌 카페들 가서야 종종 그런 산미 있는 커피들을 맛볼 수 있었는데, 이 커피는 그걸 충족시켜줘서 만족스러웠다. 맛 자체도 티어가 괜찮고 부드러워서 무리없이 마실 수 있다. 그냥 아무에게나 주면 음 커피맛인데? 하고 못 알아차릴 것이다. 

아이스로도 먹어보았다. 난 양쪽 다 좋다고 느꼈다

그렇다면 각성효과는 어떤가? 하면 같은 양의 커피를 딱 먹었을 때 느껴지는 강력한 각성 효과는 없었던 것 같다. 당연히 그걸 의도하고 말았기에 그런것도 있겠지만 두 잔 세 잔 먹어도 무리가 없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오늘 세 잔을 연달아 마셨는데 전혀 뭐 심장이 두근대거나 그런 것도 없고 하지만 슬금슬금 정신은 깨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아직 저녁 이후에 이 커피를 마시는 모험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요 며칠 계속 이 커피를 마시면서 반응을 관찰해보려고 한다. 어쨌든 각성 효과는 있는 것이고, 맛도 괜찮고 본인이 카페인에 민감하지만 커피를 좋아하긴 한다면 decaf의 대용으로 이걸 마셔볼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 커피를 슬슬 끊는 단계에서 바로 끊기보다 이런걸로 줄여나가는 방법을 생각해볼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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