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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생활

고양이와 함께하는 미국 박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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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고양이 집사가 되었다. 나는 강아지를 훨씬훨씬 더 좋아하지만 평일에 연구실에 있는 동안 오매불망 나를 기다릴 강아지가 상상만해도 불쌍해서 키우지못했는데 어찌어찌 고양이가 대신 내 삶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다.


같이 살아보니 확실히 고양이가 독립적이면서도 귀여운 개체라는 것을 깨닫고 있다. 똥오줌도 잘 가리고 밥만 챙겨주면 알아서 잘 크는 느낌. 사람 음식을 탐내지도 않고 청결하며 산책을 안시켜도 되는 존재이다. 집에 나말고 다른 따듯한 생명체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고양이가 가장 최고의 선택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털은 무지하게 빠지고, 날이 갈수록 점프력이 늘어서 주방과 책상 온갖 곳을 지 멋대로 걸어다니는 것이 좀 거슬리긴 하지만 다행히 아직 뭘 깨먹거나 큰 사고를 치진 않았다. 아마 갈수록 더 조심을 해야할지도 모르겠다


미국에서 보이는 고양이는 대체로 다 이렇게 생긴 것 같다. 품종묘가 아닌이상 갈색, 베이지색에 검정줄무늬, 다른 지인들의 고양이도 다 이렇게 생겼다.

강아지보다는 훨씬 데면데면한 생명체라서 엄청나게 내가 널 사랑하거나 네가 날 사랑하거나 한다는 느낌은 아직 들지 않지만 괜히 조용하면 건드리고 싶고 궁금해지는 친구긴 하다. 얘도 내가 가만히 모니터를 보고있으면 슬쩍와서 몸 비비고 가는 것이 귀여울 때가 많다. 물론 비비고 가면 몸을 롤러로 한 번 문질러야한다. 무슨 털이 이렇게 빠지는지..


발톱도 주기적으로 깎아줘야 한다. 밖에 살면 발톱이 알아서 갈리지만 집에선 마땅히 그럴 껀덕지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계속두면 침대며 소파 등 여러 가구에 발톱을 긁어대기 때문에 어떻게든 뭉툭하게 만들어야한다.

처음엔 비협조적이었으나 지금은 다행히 협조적으로 군다. 앞발 깎고 도망가면 또 좀 있다가 와서 비비적 댈 때 뒷발 깎고 하면 금방 깎을 수 있다.


은근히 겁쟁이기도 하다. 내 발소리는 기막히게 알아듣는데, 낯선 사람이 오거나 하면 귀신같이 구석에 숨어서 나올 생각을 않는다.

강아지였다면 목이 쉬어라 짖어댔을텐데 고양이는 그냥 숨어버린다. 낯선 사람이 가고 나면 살살 달래줘야 비로소 다시 이쪽 저쪽을 활보하고 다닌다. 내가 본 몇 고양이들은 개냥이라는 칭호가 어울릴만큼 낯선 사람한테 호의적이고 그랬는데 이친구는 그런 성격은 아닌 것 같다.


그 몸 위로 와서 누르는게 꾹꾹이던가.. 그런 것도 잘한다. 어릴 땐 괜찮았는데 요즘은 올라오면 크헙 소리가 가끔 난다. 아는지 모르는지..



아무튼 이 친구 덕분에 집에 있는 것이 심심하진 않아졌다. 이래서 대학원생이 고양이를 많이 키우는건가 싶기도 하다. 앞으로도 이친구와 잘 지내보도록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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