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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과정 일기] 박사 5학기, 3년차의 중반을 지나며 드는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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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 중간에 커피 한잔 하러 나온 날

20년 9월자로 입학했으니 2년 반 쯤 지났다. 5년에 끝낸다고 했을 때 절반이 지난 시간이다. 여전히 실험을 하고 결과를 해석하고 다음 방향을 잡고, 가닥이 잡히면 논문을 쓰고, 리뷰어의 질문에 답변하고 퍼블리시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큰 문제 없이 진행하고 있고, 내년 상반기까지는 아마 연구실에서 하는 연구 이외에 학위과정에서 따로 요구하는 것은 없을 것 같다. 나보다 1년 먼저 들어온 친구는 이 시간을 오히려 더 일을 열심히 하며 자기가 하고 싶었던 연구를 마음껏 할 수 있는 시간이라고 생각했다는데 나도 과연 이 친구처럼 일할 수 있을지 두고 볼 일이다.

상반기에 첫 논문을 마무리 하고, 두 번째 논문의 가닥을 잡으며 8월에 ACS Conference를 가는 게 목표다. 그러면 4년차가 될거고 또 그 때 맞춰서 연구를 하고 계속해서 배워나가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주중 시간이 (+0.5일의 주말까지 해서) 연구실에서 연구를 하는 것에 맞춰져있고, 최근엔 또 축구 외에는 다른 흥미가 크게 없다보니 연구실에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다. 한 편으로는 일을 더 해서 좋은 것 같기도 하면서도, 내가 실제로 일하는 생산성은 이에 비례하여 높아졌는가 라고 생각하면 그건 또 아닌 것 같다. 어차피 오래 있어도 상관없으니까 오래 있는 느낌이랄까..이 마음가짐의 단점은 일을 계속 미루게 된다는 것인데, 출근하자마자 빡세게 일 딱 하고 퇴근하는 몇 친구들을 보면 오히려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올해 ACS는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런 게으름 아닌 게으름을 탈피하려면 집으로 확실히 갈 동기부여가 되어야 하는데, 축구 이외에 최근에 다른 것들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 축구를 매일 하자니 무릎이 아작날 것 같고 (어제도 하려다가 참았다), 이걸 안하면 저녁먹고 유튜브나 넷플릭스 보다가 자는 것인데, 이것도 막 그렇게 재밌지가 않다. 한국이었다면 오케스트라 나가면서 평일 저녁에 악기라도 좀 제대로 바짝 연습하면서 시간을 보냈을텐데 확실히 오케스트라를 안하니까, 연주의 기회가 없으니까 악기를 더 안하게 되는 것 같다. 나의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은 오케스트라라는 것이 아니라 클래식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대안으로 생각하는 다른 취미는 책읽기와 기타 공부인데, 이건 또 이것 나름대로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수업을 듣는 게 아니다보니 자연스럽게 또 미루게 되는 정신상태로 보아 무슨 시험이라도 있으면 등록을 하고 싶을 정도인데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어쨌든 박사과정을 마치면서 뭔가 제대로 무장된 상태로 포닥이든 기업이든 갔으면 좋겠는데 나를 좀 더 푸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런저런 고민들을 뒤로하고 기본적인 생활은 안정적이다. 6월에 이사를 앞두고 있고 뭐 이런저런 이벤트가 또 있긴 하겠지만 최근 몇 달은 큰 이슈없이 지내고 있어서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술을 좀 덜먹고, 먹는 양을 좀 줄이고 있기도 하다. 건강한 몸과 체력으로 연구를 해야 이런저런 다른 것들을 또 만족스럽게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이 텐션을 계속 유지해 나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칫하면 살찌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요즘들어 부쩍 살빼기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고 있어서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어제 세미나 끝나고 리셉션으로 준비되어 있는 음식을 좀 먹었더니 체중이 좀 늘었다. 저녁을 안먹었는데도 말이다. 얼른 체중을 더 낮춰야할텐데 고민이다. 이게 나잇살인가 싶기도 하고..혼자 타지에 떨어져있는만큼 내 스스로에게 더 엄격해져야 하는 것 같다. 내가 30년 넘게 나를 관찰해보니 이러지 않으면 내 몸무게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것이다. 나도 먹방 유튜버들처럼 라면 20개씩 끓여먹어도 살이 안쪘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드는 요즘이다.

아무튼 벌써 2023년 1/4가 지나갔는데 무사히 지나가고 있음에 감사하고, 올 한 해도 더 많이 성장할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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