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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1때였다. 어느날 아빠랑 얘기하다가 내가 전교1등하면 아빠가 수십년 피운 담배를 끊겠노라 약속했던 적이 있다. 전교 1등과 금연이라는 양쪽 모두에게 어려운 숙제를 출제한 이후로 나는 운이좋게도 첫 학기 중간고사에서 0.3점 차이로 전교 1등을 해냈었다. 운이 따라준 것은 차치하고라도 어쨌든 기쁜 마음에 자랑스럽게 그 사실을 가족에 알렸고 아빠도 끊겠다며 피던 담배갑이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 기뻐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아빠 와이셔츠 주머니에 담배가 다시 들어있는 것을 보고 되물었을 때 아빠가 멋쩍어하며 '아 이게 쉽지 않네' 하시던 모습을 보고 꽤나 실망했었다. 물론 내가 가족을 위해 공부하는 것 아니고 서로 좋자고 이 제안을 했던거지만 아빠는 생각보다 쉽게 저버렸다는 것에 대해서 그 당시에는 대충 얼버무렸으나 두고두고 기억에 남는 사건이 되었다. 그 이후로는 어떤 제안도 하지 않고 마치 이전에도 아무것도 제안하지 않은 것처럼 지내고 있다. 그냥 속으로 내가 자식을 낳아서 이런 내기아닌 내기를 할 기회가 있으면 절대 실망시키지 않아야겠다는 다짐만 속으로 몇 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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