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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박사과정 함께하기

[박사과정 일기] 한국에서 미국 박사과정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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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출국을 미뤘던 한 학기가 끝이나고 내일이면 출국을 앞두고 있다. 종강을 13일쯤 했는데 이를 전후로 서울 집도 정리하고 이래저래 만날 사람들도 만나고 하면서 나름 즐거운 2주 정도를 보냈던 것 같다. 길고 긴 학원 알바도 마무리 했고, 지인들도 만나서 많은 격려의 말씀들 들을 수 있었다. 자유로운 활동이 제한된 시간들이긴 했지만 그 안에서 최대한 많이 한국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해보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이건 비단 한국 생활이 끝나서 그런 것도 있고 서른을 눈 앞에 둔 시간을 더 알차게 써보자는 마음 때문인 것도 있을 것이다. 올 한해 자체를 그렇게 보낸 것도 있는 것 같다. 

사실 나이와 시간에 의미를 크게 부여하는 것도 미디어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이를 통째로 무시하고 '나이는 나이일 뿐'이라며 흘러가듯 내버려 두는 것이 마냥 나에게 좋은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문제지만,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 것도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두 문장 사이에서 절묘하게 균형을 잡고 살아가는 것이 가장 덜 예민하면서도 풍부하게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 아닐까.

수업들은 대체로 잘 마무리 되었다. 초반 학생들의 격한 질문 공세를 멀리서 지켜보며 내가 대단한 학교에 들어오긴 했다는 자부심 조금과 나도 저렇게 따라가야겠다는 조급함 조금이 섞인채로 한 학기를 보냈던 것 같다. 초반에 네 과목을 들으려 했던 내 자신을 자책하며 두 과목으로 줄였기에 망정이지 네 과목을 유지했다면 아마 진즉에 나가떨어졌을 것 같다. 영어 수업도 추가됐으니 사실상 세 과목을 들으며 학기를 마무리 한 것이다.

한국에서 대학원 수업과는 사뭇 다른 열정과 수업 퀄리티를 볼 수 있어서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한국의 교수는 개개인의 연구시간을 최대한 덜 뺏으려는 수업을 하는 것 같았다면 미국의 수업은 (혹은 내가 경험하지 못한 다른 한국의 대학원 수업일수도) 더 깊은 지식을 그대로 전해주기 위한 열정적인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수업 중간중간에 교수님께서 '너희 학부 때는 그냥 이거 외워서 했겠지만 사실은 이게 이렇게 유도되는거야' 라고 말해주는 것이 인상 깊었다.

또한 아직 실제로는, 오프라인으로는 만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학교의 구성원이 되었다는 이유로 친절하게 대답해준 교수님들과 조교님들 모두에게 감사한 한 학기였다. 덕분에 나도 어렵긴 해도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고, 고민하는 시간에 머리를 쥐어 뜯을지라도 이 자체가 고통스럽거나 하진 않았다. 무언가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어간다는 느낌이 좋았다. 직업을 가져서 일을 했을 때 보다 더 많이 나에게 집중할 수 있었던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학원 일을 하면서 반복적으로 같은 교과과정의 내용을 설명하는 일을 올 한해 계속 해오면서 계속 비교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여기였다. 남에게 집중하면 돈이 들어오고, 나에게 집중하려면 돈을 써야하는, 그 두 과정을 동시에 진행한 느낌이다.

이제 미국에 가서는 더 타이트하게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 몇 년 간을 보낼 것이다. 조교활동도 있겠지만, 대체로 남은 시간은 내가 하는 공부, 내가 하는 연구에 집중될 것이고 여기서 얻은 지식과 경험이 바탕이 되어 앞으로 내 앞에 새로운 길을 열 준비를 할 것 같다. 이 과정이 전혀 부드럽고 완만하지 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다 오를 수 있는 산처럼 느껴지기에 한 발 한 발 내딛어 보아야겠다. 이런 생각하려고 지난 하반기를 여러 산을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초콜렛 김밥 물 커피 들고 오르기 시작하면 못 오를 산이 없더라. 아마 이제 난 박사과정이라는 큰 산의 초입에서 슬쩍 위쪽을 바라본 정도겠지만 뭐 이제 시작이니 잘 추스려서 올라봐야겠다.

얼마 전에 지도교수님과 추천서를 부탁드렸던 교수님을 만나면서 나눈 여러 대 중에, 결국 박사과정은 스스로 자기가 연구주제부터 나름의 결론까지 논리적인 인과관계를 통해서 얻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하셨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모르겠으면 물어보고, 논문 찾아보고, 실험 하다보면 화학은 안 될 실험이 없으니 열심히 한 번 해보라고 하셨던 여러 격려들 잊지 않고 잘 진행해보겠다. 뽜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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