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많은 범죄수사 드라마, 영화등을 통해서 알려진 혈흔 검출용 형광체 luminol. 아주 미량의 혈흔도 검출할 수 있기에 이용되는 정도로 알려져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루미놀 분자는 산화제와 만나 급격한 산화반응을 일으키면서 분자의 구조를 바꾸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강한 형광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실험실에서는 과산화수소(H2O2, hydrogen peroxide) 와 같은 산화제를 사용하지만, 범죄 현장에선 피가 그 역할을 담당한다.
사람의 피에는 헤모글로빈이라는 붉은색을 띠는 단백질이 있는데, 이것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산소를 운반하기 위한 철을 가진 착물 (heme 이라고 불린다)이 중심에 위치해있다. 여기의 철 원자가 루미놀을 산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위와 같은 루미놀 분자가 산화제와 만나면 여러 과정을 통해 우측의 질소 두 원자가 떨어져 나가게 되는 구조 변화를 겪는다. (자세한 설명)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자. 루미놀은 운이 좋게도 산화제와 반응해서 형광을 내뿜는 일종의 지시약, indicator로써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루미놀 분자가 형광을 약하게 뿜었다면, 민감도(sensitivity)가 적어서 피를 잘 검출하지 못했을 수 있을까? 이런 생각에서 루미놀의 형광은 어느정도로 밝은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길 수 있겠다. 이 포스팅에선 양자수득률의 관점에서 루미놀을 살펴볼까 한다.
우리는 보통 형광체(fluorophore)를 평가할 때 사용하는 중요한 인자의 하나로 양자수득률, quantum yield 를 사용한다. 양자수득률은 쏘아준 광자와 형광으로 방출된 광자의 비를 측정하는데, 이를테면, 100개의 광자를 형광체에 쏘았을 때, 100개가 다시 광자로 내뿜어져 나왔을 때 양자 수득률을 100/100 = 1 (100 %) 로 계산한다. 즉 1에 가까울수록 밝아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겠다. 이는 같은 빛의 세기를 쪼였을 때, 나타나는 밝기가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의미하므로, 형광체를 사용하는 많은 연구들에서 양자수득률 또한 중요한 체크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루미놀의 양자 수득률은 얼마나 될까? 자그마치 0.81, 81% 의 양자 수득률을 보인다 (J. of Luminescence 1971, 4, 81-88). 이 수치가 와닿지 않는다면 아래 흔히 다른 형광체와의 QY 비교를 위해서 쓰이는 표준 형광체 (standard fluorophore)의 QY와 함께 비교해보자.
각자 최대 QY가 나오는 조건도 다를 뿐더러, 표준이라고 알려진 형광체들 조차도 80을 상회하는 것은 몇가지 되지 않는다. 이 와중에 범죄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루미놀이 QY 81%라는 경이로운 수치를 보인다는 것은 정말로 굉장한 우연이 아닐 수 없겠다. 실험의 조건에서는 물론 H2O2를 사용했을 때 나타난 것이지만, 범죄현장에서도 산화제만 다를 뿐 산화반응을 통해 나타나는 반응이므로 그만큼의 높은 밝기를 보였으리라 생각할 수 있겠다.
물론 루미놀의 단점도 있다. 이것이 매우 민감한 물질이라는 것이 양날의 검이 되어서 돌아오게 되는 것인데, 워낙 미량의 산화제에도 반응하다보니 다른 산화제 역할을 할 수 있는 구리 함유 화합물이나 표백제등에 의해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만큼 신중하게 사용해서 증거 여부를 가려질 수 있게끔 사용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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