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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Chemistry

과학자들 사이의 논쟁, UV-vis만으로 얻어낸 증거를 바탕으로 밝힌 생성물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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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인 지금에야 생성물의 구조 분석을 못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워낙 여러가지 분석 방법을 종합하여 구조에 대한 결론을 내기 때문이다. 아니면 운이 좋아 크리스탈이라는 치트키를 얻어서 분석해버리는 방법도 있고 말이다. 비단 크리스탈이 아니더라도 여러 분석기법을 종합하면 어지간한 구조는 대체로 다 맞아 떨어지는데, 과거에는 분석방법이 한정적이었고 분석기술도 지금처럼 세련되지 못해서 여러 논리적인 추측을 통해서 구조를 맞추고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 와중에 과학자들이 이 한정된 자원 안에서, 특히 UV-vis spectroscopy를 통해서 어떻게 논리적으로 구조를 추측하고 연구결과를 발표했는지 몇가지 예시를 들어 살펴볼까 한다.

우선 다행스럽게도 UV-vis는 상당히 오래 사용된 분광학 기술이기에, 과학자들이 어지간한 구조에 대해서는 UV 스펙트럼을 예측하는 수준에 이르렀었다. Ketone작용기를 가지던가, benezene고리의 치환기가 바뀐다던가 하는 변화가 어느정도의 스펙트럼 변화를 일으키는지는 예측이 되는 경지였던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작용기를 가진 분자들에서 출발하면 분자가 커지더라도 상당한 오차범위 안으로 UV 스펙트럼 예측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를 Woodward's rule이라 한다.

가령 위와 같은 분자가 있을 때, ketone기를 중심으로해서 unsaturated alkyl group 등이 있으면 위치에 따라 기본값 (parent value)에서 더하는 식으로 파장이 옮겨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얘기하는 파장은 λmax이다. 그래서 위와 같은 분자는 349 nm의 λmax를 가지는데, 실제 실험 결과는 348 nm로 굉장히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음을 보여준다.

1. Steroid

1941년, Woodward는 위 반응식의 반응물을 가지고 연구를 진행했는데, 처음에는 1번 구조로 생성물이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규칙을 적용해서 λmax를 계산해보니 239 nm정도가 나왔는데, 실제로 생성물을 분리해서 UV를 찍어보니 λmax가 220 nm밖에 안되는 것을 확인했다. 규칙은 정확한 경향성을 보이는데 이렇게 큰 차이가 나타나는 것은 자신의 예상 생성물이 틀렸다는 것을 의미했고, 결국 나중에 2번 구조로 생각을 바꾸기에 이른다. 2번으로 가는 반응은 나중에 Favorskii rearrangement라고 불리는 반응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몰랐다고 하니 UV 예측만으로 생성물의 구조를 성공적으로 예측한 예라고 할 수 있겠다.

 

2. Strychnine

Strychnine이라고 하는 분자는 살충제의 일종이며, 1900년대에 많이 연구된 분자구조인데, 초기에 이 분자의 구조가 3번일 것이라는 것이 지배적이었으나, 4번일 가능성도 가지고 있었다. 물론 정확한 구조는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구조를 밝히기 위해 Woodward는 또 하나의 실험을 고안하는데, 이전 다른 과학자들의 3번 구조의 oxidation 반응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그는 초기에 4번 구조가 더 타당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이 예상에 덧붙여 그는 3번(혹은 4번일지도 모르는) 구조의 oxidation반응의 생성물이 5번일 것이라 예상했는데, 그 이유는 이 구조의 UV 예상을 위한 모체구조인 N-acylindole의 λmax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UV λmax를 토대로 6번 구조를 생각하기에 이르렀고, 결과적으로 이 예상이 맞아떨어지면서 6번을 만들 수 있는 합리적인 반응 경로는 출발이 4번일 때 가능한 것이었기에 구조가 3번이 아닌 4번이라고 증명하기에 이른다. 앞선 스테로이드의 예보다는 좀 더 복잡하지만, 이렇게 화학자들은 한정된 자원 안에서 구조를 분석하며 지식을 쌓아왔고 지금에 이르렀다. 

앞으로 또 화학자들이 어떤 문제에 부딪혀서 이걸 여러 실험 기법으로 해결해나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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