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학자들은 이걸 못해서 지난 수 세기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정말 수 많은 간접적인 방법으로 우리가 원하는 분자가 잘 합성되었는지 확인해왔다. 물론 크리스탈이 있는 경우 X-ray로 정확한 구조 분석이 가능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수 많은 물질은 크리스탈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으며, 이들을 분석하기 위해 NMR, IR, Mass, UV, CV 등등 수 많은 방법들을 이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 와중에 결국 분자를 눈으로 직접 보고 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야 말았는데, 이것이 Atomic Force Microscopy (AFM)이다. 직역하면 분자 힘 분석법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다른 분석기기가 분자의 정보를 얻는 방법과 약간 다르다. 기존의 분석 방법들은 분자에 빛을 쏘아서 흡수된, 반사된, 방출된 신호를 분석하거나 mass처럼 쪼개서 분석하는 방법이었지만 AFM은 분자위를 아주 정밀한 탐침 (probe)이 분자 위를 훑고 지나가면서 만지면서 느끼는 것이다. 마치 점자를 손으로 읽는 것과 같은 인식법인 것이다.
대신 분자는 너무 작기 때문에 손의 역할을 해줄 탐침과 이걸 받아들여서 해석해줄 컴퓨터가 조합된 장비라고 할 수 있겠다.
초록색이 분자 표면인데, 여기를 탐침인 Cantiliever가 훑으면서 지나가면 얘가 움직이면서 느끼는 그 굴곡의 변화를 레이저가 감지하고, 이를 검출기로 전달하여 그림을 만들어낸다. 그래서 실제로 많은 분자나 그보다 더 큰 물질들의 표면을 정확히 스캐닝 하는데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
위 이미지처럼 초기 이미지(가장 왼쪽)는 흐리지만 이를 컴퓨터로 보정해주면 가장 우측에 있는 것과 같은 구조 파악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듣기에는 정말로 멋진 방법이고 그 동안 개발되었던 수 많은 분석기술이 다 무용지물이 되는 순간인가 싶은데, 또 이게 생각보다 단점이 좀 있다.
첫 번째는 스캐닝 범위이다. 전자를 쏘아서 튕겨내는 걸 보고 표면을 관찰하는 기술인 SEM (Scanning Electrons Microscopy)의 스캐닝 범위는 깊이로 수 밀리미터 (mm), 넓이로 1제곱 밀리미터까지 관찰이 가능한데에 비해, AFM은 150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하다. 깊이도 10-20 마이크로미터에 불과한 스캐닝 사이즈를 가지고 있다.
스캐닝 속도도 문제인데, SEM이 거의 실시간 스캔이 가능 한 것에 비해서 AFM은 아직 기술이 수 분까지 걸린다고 한다. 근데 문제는 이 분자들이 마취된 개구리처럼 꼼짝말고 있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계속 진동하는 것이 문제이다. 절대영도 (-273K)까지 내리지 않으면 분자는 끊임없이 운동하기 때문이다. 점자책 밑에 핸드폰 놓고 울리는 느낌이랄까. 그래서 해상도가 자연스럽게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기계는 손떨림 보정을 해놨는데 피사체가 덜덜 떨고있으니 잘 나올리가..
그 외에 비선형성, 이력현상과 같은 이유들로 인해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하는데, 이러한 단점들은 또 수많은 과학자들의 피땀어린 노력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한다. 나중에는 그래서 정말로 초고속 스캔으로 분자구조를 쉽고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어 다른 동료 과학자들이 좀 더 편하게 연구하는데에 도움이 되는 선순환이 일어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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