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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

우리는 모두 한 번은 우리만의 감옥에 다녀오는 건 아닐까, 슬기로운 감빵생활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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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작하기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보다 먼저 시작했으나, 중간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주행을 해버리면서 (감빵생활 때보다 반응이 더 뜨거워서 시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지막화까지 뒤늦게 보게 되었다. 아름다운 감빵생활의 마무리. 주인공으로 나온 사람들의 갈등이 잘 마무리 되고 (약쟁이 빼고..) 새로 힘찬 내용을 보여주며 드라마는 끝이 났다. 되돌아보면 밥 먹으면서 참 많이 봤던 드라마였다. 보는 내내 부담없고, 가끔은 감동을, 가끔은 소소한 웃음을 전해주어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에 칩거하고, 사람들 만나는 일이 많이 줄어들다 보니, 이 드라마에서 감독이 의도하고자 했던 것은, 감옥 생활의 묘사도 있겠지만, 어쩌면 감빵에서 사는 것만 같은 사람들의 심리를 나타내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면서 본 적도 있다. 물론 교도소에서 나타나는 갈등의 형태와 양상은 바깥의 그것들과 다분히 다른 모습이지만, 하나의 새로운 사회이고 이 안에서 사람사는 냄새가 나는 모습을 보며, 심리적으로 감옥에 있는 사람들에게 위안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코로나로 인해 바깥 출입을 자주 못하는 것이 감옥처럼 다가오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입시 혹은 취직준비 등을 하느라 집과 최소한의 장소만 오가며 사회와 잠시 거리를 두는 기간에 있는 사람들 등, 각자 나름의 감옥에서 고군분투하다가 출소를 하는 과정을 겪는 것이 우리 사는 인생이 아닌가 싶다. 연락도 잘 안되던 친구들이, 혹은 나 스스로 잘 안하다가, 여러 문제들을 잘 해결하고서 다시 사람들과 소통하고 지내며 '저 잘 지내요!' 하고 알리는 경우가 주변에서 종종 보이지 않는가. 그런 면에서 주인공인 김제혁이 잘 감옥생활을 마무리하고 나오는 엔딩이 너무나도 맘에 들었다. 마치 내가 지내고 있는 이 시간들도 잘 해결하고 멋진 무대로 올라갈 수 있을 것만 같은 희망을 보여준 것 같았기 때문이다.

  김제혁이 감옥에서 보내는 1년여의 시간의 흐름을 따라가다보니 그의 생활이 시청자인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느꼈다. 김제혁의 갈등은 이곳 저곳에서 촉발되고, 해결되는 과정을 여러번 거친다. 팔 부상으로 야구를 그만 두려고도 하고, 여자친구와 헤어지려고도 하고, 자신을 해하려는 교도소 내 다른 사람들과 대립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의 조언과 도움으로 결국 잘 극복해내는데, 아마 김제혁 선수 혼자서라면 하지 못했을 일들이다. 사회에서 살아가는 우리들도 서로에게 도움과 조언을 주고 받으며 잘 이겨내며 살고 있지 않은가.

  이런 교도소에서의 갈등과 애환을 짧은 시간에 압축해서 보게 됨으로써 우리는 그 해소 과정에서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게 이 드라마의 가장큰 매력이기도 하고 말이다. 교도소에 들어왔던 그들의 각자 삶, 그 안에서 주고받는 의리 등 인상 깊었던 부분이 많다.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해롱이, 마약 혐의로 들어왔던 한양이 출소 하자마자 다시 걸려서 경찰에 잡히는 부분이다. 약도 끊고, 다시는 하지 않을거라 다짐했지만, 차 안에 놓인 주사를 바라보며 다시 팔을 걷는 그의 모습에 적잖이 놀랐다. 이마저 잘 해결됐으면 좋았겠지만, 그만큼 마약 중독이 헤어나오기 쉽지 않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었나 싶기도 하다. 

 자극적이지 않고 소소한, 그래서 더 기억에 남을 것만 같은 드라마이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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