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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의 린츠, 전람회의 그림 연주회 후기

Chemiolin 2020. 2. 2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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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향 린츠 후기


오랜만에 혼자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지난 프리뷰에서 적었던 여러 이유로 인해 모차르트 교향곡 36번 린츠와 무소르그스키 전람회의 그림은 듣고 싶은 프로그램들이었고, 드디어 오늘 소원성취를 할 수 있었다.


우선 첫 곡인 박영희 작곡가의 고운님은 제목만 보고 서정적인 선율이 흘러나올 것이라 생각했었다. 곡 소개 영상이 연주 시작 전에 나왔는데 여기까지만 들으면 마치 가곡 같은 선율이 나올 것만 같았다 (소개 영상). 하지만 어림도 없지! 시작과 동시에 하모닉스가 깔린 동양적인 분위기로 연주되는 음악은 매우 신선했다. 조개껍질을 엮어놓은 듯한 타악기와 목탁같이 생긴 타악기 등 다채로운 타악기와 독특한 편성(바이올린이 1,2,3으로 나뉘는 등)으로 과연 작곡가가 의도한 바를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나, 역시 첫 감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곡이었다. 오랜만의 현대음악(1998작곡)이라 그런지 연주가 좋았다 나빴다보다는 신선했다 정도로 남겨두는 편이 낫겠다. 여담이지만 팀파니 주자는 오늘 무대에서 세 번 자리를 바꾸게 된다. 고운님 연주 때는 사진과 같이 왼쪽에 있는데, 무대 맨 뒤의 팀파니랑 뭐가 다른지 잘 모르겠다.

팀파니 주자는 어느새 오른쪽으로 이동해있다.


모차르트의 린츠는 간결하고 좋았다. 날렵하고 속도감 있는 모차르트. 평소 듣던 음원보다 약간 빨라서 지루하지 않고 좋았다. 지나치지 않은 선에서 지휘자가 자신의 해석을 넣은 듯 했다. 이를 소화하는 서울시향 또한 하나의 악기같은 앙상블이 훌륭했다.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도 합이 잘맞고 군더더기 없는 연주였다. 여러 파트의 솔로 연주들, 트럼펫, 색소폰, 유포늄 등도 얼굴이 터질듯이 빨개져가며 소화해내신 선율들 모두 아름답고 좋았다. 피콜로 트럼펫의 속주도 인상적이었는데, 트럼펫이 저렇게나 빠르게 연주가 가능한 악기였구나 새삼 깨달았다. 특히나 오늘 피콜로트럼펫을 분 주자는 조만간 서울시향과 다시 합을 맞춘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관련 공연).

팀파니 주자는 이제 맨 뒤에서 피날레를 같이 장식했다!


프롬나드를 거치고 거치면서 고조되는 분위기는 키에프의 대문에서 정점에 달하는데, 마지막에 종을 울리기 직전의 고요함으로부터 뻗어나온 팡파레는 귀가먹먹해지면서도 큰 카타르시스를 가져다주었다. 호른 넷 트럼펫 셋 트럼본 셋 튜바1이 가세한 금관은 바이올린만 7풀트나 되는 거대한 현5부를 가볍게 뒤로하고 마치 승전보를 울리며 대문을 열어 젖혔다. 지난 주 말러 2번의 성공적인 초연을 마치고 두 번째 정기연주회도 멋진 연주 선사해준 서울시향에 감사하고, 다음 주 있을 쇼스타코비치 10번도 더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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